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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과녁의 목성(木聲)은 포물선으로 다가온다

 

퇴근길, 활터에 들렀다. 그 시간에 활을 낸지 정말 오랫만이다. 늘상 그러하듯 그 시간때에는 바람이 멈추고 태양도 산에 걸려 있어 석양을 더하고 고요하다. 그림으로 그려진 듯 주변이 다소곳한 분위기에서 화살이 과녁을 맞닥뜨리면 목성은 경쾌함으로 크게 들려온다. 모든 것이 멈춰서 있는 때라 활시위를 떠난 화살의 착지점 일탈에 대한 핑계는 없다. 그렇게 일곱 순을 냈다. 높게 뜬 화살의 포물선을 따라 목성이 들려오고, 석양은 둥글게 산을 넘는다. 화살이 앞산 그림자에 뭍혀 시야에서 벗어날 즈음 활터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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