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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전통활쏘기, 인천 편사

인천 남호정 활터에서(2002)

한국의 전통 활쏘기를 보았습니다. 단순히 과녁을 향한 시위를 당기는 그런 활쏘기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궁도대회로 불리워지며 전국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활쏘기입니다.

먼저 인천지역의 편사는 활쏘는 사람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활터가 있는 마을의 부녀회가 참여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활량들의 가족 모두가 참여해 축하해 주고, 뛰어난 궁술의 묘기가 나올때마다 큰 박수로 응해주며, 소리를 하는 국악인들이 소리 높혀 창을 부르고 무겁에서는 화살을 잘 보는 최고의 고수가 연전과 거기를 하고 있습니다.

활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 활 풍속의 범위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존재하는 활의 세계를 찾는 다는 것은 십년이 가도 반세기가 가도 모두 확인하거나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앞섭니다.
인천지역의 편사는 분명 잔치였습니다. 실전 훈련이었습니다. 무술이었습니다. 과녁을 맞추기 위한 활쏘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며, 아주 자연스런 시대의 문화였습니다.

활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모든 것을 재정립하려 합니다. 활 풍속을 이해하려면 과녁의 경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함을 절실히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과녁의 테두리안에 갇혀버린 이시대의 사풍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무엽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과녁의 한 가운데에 붙어서 고전을 보며 날아오는 화살을 깃발로 잡아 버리는 그 사람의 모습이 크게 기억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연전을 하지 않습니다. 화살 보는 것에 대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 하였음을 인정해 주는 한량들이 있기에 그 자리에서 화살을 마주보고 깃발을 돌려줍니다. 아니 깃발 춤사위를 펼치는 것입니다.

경기민요를 하루종일 부르는 소리꾼과 무표정으로 날라리와 장고등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분명 활터의 구성원 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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