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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2014 국악문화학교 발표회 '뽐'-해금

뽐@해금사랑

좌수입죽, 우수활대. 조금은 긴장되고 경직된 모습이다. 2014 국악문화학교 발표회 '뽐'은 그렇게 시작했다.

 

반장성예가 좌우뒤를 보고는 '시작'이라고 신호를 주었다. 오른 손에 쥐어진 활대가 움직였다. 들어가고 나오기를 반복하니 익숙한 소리가 생성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기 시작했다. 몰입하다 방심해서 활대의 방향이 몇번 어긋났다. 일탈된 음을 만들고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고 다시 활대의 길을 잡고 동료학동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듯 길을 함께하려고 집중했다. 그렇게 4곡이나 했다. 타령. 한강수타령. 아리랑.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활대를 길게 밀기도 하고 가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게 마치 작은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오고 가며 다른 풍경을 보듯 해금은 다양한 음색을 내며 청중들의 시선과 마음을 모은다. 활터에서 관덕을 공부하는 궁사들의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직진으로 곧고 바름을 으뜸으로 하지만 입죽에 걸린 시위는 활대와 동행하는 양방향의 공존이 우선이다. 국악을 공부하고 즐기기 시작한 이래 가장 흥미로운 날이었으며, 새로움을 대하는 방법에 있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날이다.

 

청중의 자리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가객이나 연주자의 모습을 감상하고 사색하는 모습이 익숙했는데 오늘은 그 반대의 입장이 되어 해금을 연주하니 스스로의 경험이 신기하기만 했다. 장단도 음감도 모르는 음치에 박치가 소리를 내며 여럿의 호흡에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어색하거나 생소함을 즐기고자 시작했던 해금공부의 시작이 같은 길을 가는 좋은 학동을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진전된 시간을 갖게되는 마치 여행하듯 이어져 좋았다.

 

열달동안 국악문화학교에서 해금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국립부산국악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끝으로 사부님과 함께 한 학동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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