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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여음과 여음 사이에는 마음이 있다.


농현하는 왼손 중지 끝이 아리다. 진양조다. 요원하다. 듣고 마음으로 즐기는 것은 나름 방법을 익혔다. 때로는 산조 진양 장단에 몸을 맡긴 듯 그림 속 길을 가듯 미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몸으로 느끼면서 현을 튕기고 누르고 지지고 하는 등의 농현 기교를 부리듯 12현 위에서 자유로운 선을 그리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 그럼에도 손 끝이 아릴 때까지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좀더 많은 시간 속에서 숙련된 모습의 연습이 지나면 군살이 배겨 유연한 선을 탈 것이나 아직은 각이 지고 뻣뻣하다. 그런데, 왜? 산조는 느린 장단부터 시작해서 빠른 장단으로 진행되는 걸까? 늘 그게 궁금하다. 엉킨 실타래를 풀때는 처음에는 복잡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어느 정도 풀어내면 식은 죽 먹기처럼 쉽다. 거침없다. 질주하는 것은 시간이다. 삶이 그런가? 그런지도 모른다. 어릴적은 시간이 많았다. 젊은 날은 시간이 늦게 간다. 대개의 중년에게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인양 쏜살같이 지난다. 일반적으로 느끼는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감이다. 느린 진양부터 빠른 휘모리로 가는 여정은 삶의 모습이다. 중중모리의 언덕에서 살아가며 지난 시간들이 아쉬어 아직 진양에서 맴돌며 골몰하듯 현을 튕기고 소리를 쳐다본다. 희미하게 보이는 작은 소리, 영락없는 진양조 진계면이다. 잠시 생각을 비우듯 집중하면 중모리로 넘어간다. 걸음은 조금 빨라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다. 소리는 현과 현 사이에 있고 사람의 마음은 소리와 소리 사이에 있다. 그것은 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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