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듯, 과녁으로 가는 길을 잃었다. 딱히 무엇인가를 수정하려는 노력도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은 습관화된 동선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간다. 세차게 불어오는 촉바람이 있긴 하나 그것을 핑계라 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회피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있는대로 보여지고 체공의 시간을 마친다. 계획된 동선에서 일탈된 화살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분명한 것은 모든 행위가 서 있는 공간에 동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어색함과 생소함이 느껴지는 활쏘기에서 익숙함의 반대적인 것을 좀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얻은 것은 소득이다. 바람 때문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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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武士內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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