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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바닷가 활터, 칠보정

먼바다 파도가 밀려와 방파제에 이르러 꽃을 피우고, 사대 옆 벚나무 잎은 늦가을 바람에 일렁이듯 사뿐히 내려와 바닥에 쌓인다. 설자리 궁사의 활시위에는 어제의 화살이 매겨진다. 먼 바다는 늘 평온했고 가까운 방죽에 부딪치는 파도에는 소리와 물이 부셔지는 하얀색이 더해져 역동적이다. 먼 바다와 가까운 바다의 모습은 마치 활쏘기의 현재와 같다. 과녁을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여유롭고 평온하나 화살을 움켜쥔 깍지손은 순간을 기다리며 긴장된다. 태풍 미탁으로 미려한 풍광이 일부 손실되었으나 그 자리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남아있다.
아침에 과녁 너머 청아한 풍경에 빠진채 세 순을 냈다. 좋다.
활터, 칠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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