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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강산제 심청가 판소리 완창 관람후기

박유전이 보성 강산리에서 완성한 판소리인 심청가를 두고 ‘강산제 심청가’라고 하며, 오늘 소리꾼 정선희가 완창을 한다.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270여석이나 되는 객석이 거의 꼭 찼다. 판소리가 이렇게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예상외의 객석 분위기가 놀랍다.

우리민요연구회 박호갑 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4시간 30여분이 소요되는 완창 공연에 인내를 무릅쓰고 와주신 분들께 감사한다고 인사를 하였다. 그 만큼 완창은 창자(唱者)나 관객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정선희는 최승희를 스승으로 모시고 심청가를 사사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멀리서 제자의 완창을 보고자 최승의 명창이 객석에 있다며 소개를 하였다.

긴장과 이완이 흥미롭게 조화된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며 완창과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일러주곤 사회자가 물러갔다.


    ◇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 2009년 12월 13일 오후 3시 - 7시 10분


심청가의 사설 전문은 무대 왼편의 화면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오늘 완창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하고 중간에 공연장 밖에 떡과 과일,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공연을 관람하는 객석을 위한 배려인 듯 싶다. 1부에서는 신호수 고수가 함께 하였다.

아니리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중중모리. 소리가 시작되니 객석 곳곳에서 흥에 겨운 추임새가 이어진다. 여느 국악공연과는 아주 다른 꽉찬 느낌이다. 아니리와 장단이 번갈아 이어지고 가끔 창자(唱者)는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인다. 고수도 물을 들이킨다.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중중모리 이어지는 진양조. 진양조에서는 애닯고 슬픈 느낌의 계면조가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추임새는 더욱 짙어지고 옆에 있는 중년부인을 연신 눈물을 훔친다. 긴장. 여러 감정이 섞인 객석 분위기는 새롭고 무대에 있는 소리꾼의 열창은 많은이들의 가슴을 흔들어댄다.

고수의 북소리와 추임새는 이어지고 객석의 추임새가 분위기를 더한다. 털석 주저앉은 채로 목 놓아 울부짖듯 소리하는 창자(唱者)의 진양조 가락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마침내 창자(唱者)도 눈물을 훔치며 일어나 아니리와 함께 중모리로 넘어간다.

다시 상승하는 분위기. 唱者가 목을 축인다. 아니리. 중중모리. 거침없다. 중모리에 들어서니 판소리에 점점 빠져든다. 이젠, 감정을 마냥 숨길 수 없어 드러내야 한다.

아주 작은 소리로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객석 흐름에 따라 박수를 친다. 唱者가 감정에 몰입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손수건을 훔친다. 앞 줄에 앉은 소리 스승인 최승희 명창이 ‘소리꾼이 운다고’ 제자에게 뭐라 한다.

중모리. 중중모리. 젖동냥 대목은 참 애처롭다. 장단의 전환이 주는 변화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참 흥미롭지만 감정의 변화를 감내해야 한다.

자진모리 장단에 경쾌한 분위기가 연출되면 객석에서는 어김없이 박수로 장단을 맞춘다. 중중모리. 단중모리. 중모리. 자진모리. 심청이가 동냥하는 대목에서는 눈물이 고인다. 이런! 공연을 보면서 눈물이 나다니 놀랍다. 스스로 놀라워 눈물이 밖으로 흐르지 않게 참는다.

진양조. 동냥나간 청이를 기다리는 심봉사. 애달프다. 자진모리. 결국 심봉사는 지팽이로 더듬거리며 청이를 찾아 나선다. 엇모리. 자진엇모리. 공양미 삼백석. 중모리. 심봉사 신세타령에 격려하는 추임새가 많아진다.

진양조. 아니리. 잦은중중모리. 객석의 열기 뜨겁다. 2시간 지나서 1부를 끝냈다. 객꾼들이 공연장 밖에 차려진 떡과 음료, 과일을 먹는다. 판소리. 세상을 노래하는 듯 하다. 객석의 열기는 놀라웠다.

2부는 범피중류 대목부터 들어갔다. 청이가 인당수로 가면서 주변 풍경을 읇은 대목인데 아, 참으로 애처롭다. 객석의 추임새도 이젠, 다양하다. 唱者와 객석은 이미 하나가 된 듯 하다. 엇모리로 인당수에 당도한다. 그리곤 청이가 물에 빠지는 대목은 휘모리였다.

진양조, 세상의 모든이가 운다. 소리를 듣는 자 모두 운다. 唱者는 아주 천천히 슬픔을 풀어낸다. 공부하고 있는 가야금 산조를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휘모리 장단으로 물에 빠지고 진양으로 슬퍼하는 선객을 풀어준다. 唱者, 조금은 지친 듯 목을 축이는 시간이 잦다. 그때, 고수가 ‘내가 더 떨려’라며 너스레를 떤다. 객석은 웃음으로 화답한다. 모두 힘들지만 힘을 모으는 듯한 광경이다.

완창은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엇모리로 청이는 수궁에 들고 수궁에서 모친인 곽씨부인이 진양조로 만난다. 아니리에서 대사를 까먹은 唱者에게 최승희 명창이 대사를 일러준다.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의 마음, 간절하다.

인당수 꽃. 도선주. 진양조. 추월만정. 아주 느리게 지난다. 망사대 비문. 장단이 흐른다. 완창은 唱者와 관객이 함깨 하는 듯 하다. 자진모리. 방아타령, 웬지 희망적이다. 중중모리. 唱者, 마지막 힘을 더 쓰려고 목을 축인다. 객석에선 힘찬 박수소리가 나온다.

아, 완창이 이런 것 인가? 많이 놀랍다. 어릴적부터 지겹게 들어온 심청전 이야기 전개가 유치하기만 하더니 오늘은 모든 기억은 장단에 맞춰 던져 버리고 새로운 청이를 본다. 위대하다. 지금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위대하다.

사설을 보니 ‘성음’이라 적혀있다. 알아보니 설명이 제법 길다. 드디어 심봉사가 청이를 만나 상봉한다. 이 대목은 긴장감을 더하고자 ‘자진모리’로 진행되었다. 모두가 눈을 뜨니 ‘광명천지’ 희망은 다가왔다.

완창을 눈 앞에 둔 종반이다. 唱者가 힘을 내어 소리를 이어간다. 사설에는 ‘창조’라고 적혀있다. 엇중모리. 4시간 남짓 이어진 완창은 끝났다.

큰 박수가 터지고 唱者는 인사를 한다. 위대하다. 판소리. 전율이 느껴진다. 판소리. 지난 날의 심청전은 새롭게 각인되어 다가왔으며, 장단에 맞춰 흐르는 소리는 마음 깊은 곳에 들어 감정을 들어내게 한다.

심청가 완창, 큰 충격과 감동에 젖어 잠시 정신을 놓았다. 위대하다.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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