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리마을 2008. 8. 22. 10:13

출근길, 이어폰이 고장 나서 즐겨듣던 음악을 듣지 못해 고개를 돌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스치며 지나듯 아주 가까운 사물들은 생겼다 사라지고 경직된 아파트촌이 반복된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려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린다. 좀더 먼 곳의 풍경은 차량의 속도와 비례하여 반대로 잔잔히 이동을 한다.

먼 발치에 있는 산과 그 보다 조금 앞에 있는 산이 어우러져 이어지는 선을 그린다. 높고 낮은 산들, 뾰족하고 둥그런 모양이 하나로 조화되어 하늘과 땅의 길게 이어진 경계의 선이 된다.

능선들의 만남, 그 모양이 마치 산조와도 같다. 낮고 둥그런 모양이 느슨하게 연결된 곳은 진양조 장단이 되고 높고 낮음의 뾰족한 산의 어울림은 중모리를 거쳐 자진모리에 이르고 정점에서는 휘모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봉우리 사이에 있는 여백은 호흡을 가다듬고 보는 이의 시선을 잠시 멈추게 하며, 차량의 전진하는 속도에 의해 가까운 산이 지나고 나면 갑작스레 크고 작은 봉우리의 엇박으로 이루어진 광경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작은 동산의 어울림을 모아둔 것이 산조와 흡사한 것은 국악이 이 땅에서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하면서 우리 주변의 자연과 어울리는 일체성을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날마다 습관적으로 듣던 녹음된 산조를 끄고 먼 곳을 보니 새로운 구체적인 산조가 보인다. 자연과 무척이나 닮은 산조,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굴곡도 산조와 같을지도 모르겠다. 산조처럼 길을 가는 인생, 참 멋지지 않은가?

어젠, 달빛을 공부했다.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이여유롭고 감미롭다. 조용 하면서도 조금은 서두르는 듯한 변화가 어우러져 작은 산을 이루는 것 같아 마음 평온하다. 익숙한 모습으로 선행 연주하는 촌장(村長)님의 가야금 소리가 진한 달빛 그림자처럼 스며온다.

어릴 적달빛을 의지하며 마을 길 걷던 기억이 난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여 뛰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대낮 같이 편안하여 산책 하듯 천천히 걷기도 햇던 모습들이 그려진다. 달빛은 여러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빛 속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 마음 편안하다.추석이 다가온다.

[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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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武士內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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