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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가야금-전설

그리움이 몰려온다.

잊혀진 옛날 기억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처럼 아주 가깝게 보여지고 소리가 크게 들린다.

황병기의 가야금 독주곡인 '전설'을 듣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다.

작은 언덕을 뒤로 하고 옹기종기 몰려있는 가옥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며, 담 너머 옆집 아낙의 소곤거리는 이야기가 들릴 듯 말듯 한다. 확인될 수 없는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오는 그런 마을의 풍광을 보는 듯하다. 어릴적 아름다운 그리움을 갖고 싶거든 황병기의 가야금 독주곡인 ‘전설’을 들으면 된다.

엊그제 부터 성촌(聲村)에서 그리움이 스며든 그 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음반으로 듣던 그리움을 직접 공부를 하니 신비롭다. 특히 촌장님의 직접 뜯고 튕기는 소리는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보다도 더 신비롭고 그리움이 더해져 다가온다. 포장되지 않은 채 현의 울림이 아나로그 그대로 전달되어 디지털로 녹음되어 다시 디지털로 풀어내서 재생되는 그런 소리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어릴적 모습들이 한편의 영화가 상영되듯 프레임으로 나열된 채 굴러간다. 소리가 가까워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음계 속에서 적당한 변화의 소리들이 평온한 마음 속 깊이 흔들어 어릴적 아득히 먼 이야기들을 되살리곤 한다. 눈이 많이 와서 눈을 치우고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타며, 추위를 즐기던 기억들과 여름이면 마을 앞 개울가에서 하루 종일 물놀이 하던 모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진양조부터 시작되는 산조 가야금 소리를 듣고 있으면 디지털의 방어벽을 한숨에 박차고 나가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런 것 같다. 빠름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결국은 여유로움이다. 쏜살처럼 빠른 시간보다는 주변 풍광을 둘러볼 수 있는 느림을 선호하려는 듯 하다. 하긴, 빨리 가서 얻을들 무엇하랴? 주변 사물 둘러보며 함께 가면 그만이다.

글원문 http://www.sky47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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