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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흩은가락, 산조를 일컬는 말이다. 부산거문고악회의 이번 공연은 매우 특이하게 진행되었다. 거문고 산조의 양대 유파인 신쾌동과 한갑득류의 짧은 산조를 장단별로 번갈아 가면서 청중들로 하여금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두 개 유파의 산조를 생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시간, 파격적이다. 쉽게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다. 단지 쉽게 접할 수 없는 공연에 비해 산조를 즐기는 당시의 감정에 따라 같은 장단이라도 날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산조 특성상 두 개 유파의 산조를 동시에 마음껏 즐기기에는 듣는이의 내공이 부족함에 아쉬울 뿐이다. 가마골 소극장에서 진행된 거문고 흩은가락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의 속내를 속삭이듯 표현하고, 때로는 봇물터지듯 감정을 쏟아내 심금을 울린다. 편안하지만 너무 진한 감정을 대할 때는 불편하기도 한 흩은소리. 무대의 환경이 더욱 감흥을 더했다. 크지 않은 대청아래 펼쳐진 평상에서 놀기도 하고 장독을 앞에 두고 자리하기도 하고, 정겨운 시골풍경이 연상되어 더욱 마음이 아련했다. 특히 마치 선보듯 처음 만난 사람이 마주하듯 아주 가깝게 자리한 풍경이 더욱 설렌 공연이었다. 거문고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풍성한 에너지와 함께 술대의 움직임에 의해 술대와 현의 마찰음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유발한다. 딱히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모처럼 玄鶴의 놀이에 그들을 마주한 청중들은 마음을 모두 내어놓곤 그 자리에 몰입되어 갔다.

흩은가락,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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