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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산조, 첫 발을 내딛다 산조. 성금련流의 짧은 산조, 진양조-우조 세 번째 장단을 공부했다. 악보를 보면 빈 곳이 많아 음이 지루할 것 같았는데 막상 공부해 보니 여백에는 변화무쌍한 음이 가득했다. 악보는 빈 곳이 많지만 실제로는 춤을 추는 음으로 가득하다. 여백과 여백 사이를 채우고 있는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소리들은 연주가의 마음을 표현하려 한다. 12현 위에서 느릿 느릿하게 농현을 즐기다 아주 빠른 동작으로 찌르는 거동(전성-電聲)으로 소리를 생성한다. 잔잔한 농현은 없는 소리도 들리게 하는 묘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하고 허전한 공간을 여유로움의 움직임이 있는 여백으로 처리한다. 어설픈 배움이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듯 간혹 신기한 소리를 내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란다. 배움은 늦지만 아주 빠르게 이어지는 듯 하다. 암기를 하.. 더보기
[포토에세이]가야금, 진양조 더보기
[팜플렛]국악공연-아쟁 거문고, 가야금과 더불어 대표적인 현악기인 아쟁 독주회 팜플렛이다. 아쟁의 소리는 악기 구조의 복잡함 만큼이나 심금을 울리는 소리가 깊다. 팜플렛 전면에는 연주하는 연주가의 사진이 아닌 아쟁의 세밀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쟁을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게 해준 팜플렛으로 대중과 좀더 익숙한 기회를 제공한다. 객석에 있는 사람들 대개는 아쟁 소리와 아쟁 연주가의 표정에 시선을 기울이고 있기에 아쟁의 세세한 면면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팜플렛은 대중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구성이다. 더보기
달빛 출근길, 이어폰이 고장 나서 즐겨듣던 음악을 듣지 못해 고개를 돌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스치며 지나듯 아주 가까운 사물들은 생겼다 사라지고 경직된 아파트촌이 반복된다. 눈의 피로를 덜어주려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린다. 좀더 먼 곳의 풍경은 차량의 속도와 비례하여 반대로 잔잔히 이동을 한다. 먼 발치에 있는 산과 그 보다 조금 앞에 있는 산이 어우러져 이어지는 선을 그린다. 높고 낮은 산들, 뾰족하고 둥그런 모양이 하나로 조화되어 하늘과 땅의 길게 이어진 경계의 선이 된다. 능선들의 만남, 그 모양이 마치 산조와도 같다. 낮고 둥그런 모양이 느슨하게 연결된 곳은 진양조 장단이 되고 높고 낮음의 뾰족한 산의 어울림은 중모리를 거쳐 자진모리에 이르고 정점에서는 휘모리의 모습을 보여준.. 더보기
가야금-논두렁 길 출근 버스에서는 50여분 남짓 걸리는 시간동안 진양조로 시작되는 가야금 산조를 주로 듣는다. 봄의 아지랑이 같은 느낌의 선율, 흐느적 거리듯 힘차게 내딛는 장단이 가슴을 일깨운다.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유연하게 연결되는 굴곡 있는 장단은 마치 일정한 곡선의 모습을 가진 들꽃 가득한 논둑을 걷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5월 모내기철에 맨 발로 논둑을 걸었던 어릴 적 일들을 끄집어낸다. 땅을 딛는 발바닥이 차가움을 느끼지만 상쾌하고 시원해서 좋았던 기억. 적당하게 좁고 자칫하면 넘어지기 십상인 약간은 볼록한 모양의 논길, 마치 먼 산의 능선을 보듯 보기 편안하게 구부러진 논길을 걷는 모습이 가야금 산조의 진양조 가락과 교차 되며 현실과 지난 시간의 기억이 번갈아 존재하듯 시공간을 확보한다. 오동나무 위에서 현의 .. 더보기
가야금-전설 그리움이 몰려온다. 잊혀진 옛날 기억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처럼 아주 가깝게 보여지고 소리가 크게 들린다. 황병기의 가야금 독주곡인 '전설'을 듣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다. 작은 언덕을 뒤로 하고 옹기종기 몰려있는 가옥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며, 담 너머 옆집 아낙의 소곤거리는 이야기가 들릴 듯 말듯 한다. 확인될 수 없는 아름다운 전설이 내려오는 그런 마을의 풍광을 보는 듯하다. 어릴적 아름다운 그리움을 갖고 싶거든 황병기의 가야금 독주곡인 ‘전설’을 들으면 된다. 엊그제 부터 성촌(聲村)에서 그리움이 스며든 그 곡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음반으로 듣던 그리움을 직접 공부를 하니 신비롭다. 특히 촌장님의 직접 뜯고 튕기는 소리는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그 소리보다도 더 신비롭고 그리움이 더해져 .. 더보기
가야금-불광불급(不狂不及) 聲村에서 공부를 했다. 공부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하게 달라지는 현상이 있는데 그건, 귀가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가야금의 농현 소리가 점점 듣고 싶어지고 신비스럽게만 다가온다. 오선지에 그려진 음계는 단지 학습이라는 과정을 위한 도구일 뿐, 아무런 의미를 두지 말라는 촌장님의 말씀,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오선지에 그려진 대로 피아노 치듯이 가야금을 뜯는 소리와 농현을 주며 장단을 타면서 가야금을 뜯는 소리는 아주 많이 다르다. 12현 가야금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 그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소리이다. 촌장님은 그것을 강조한다. 그리곤 요즈음 국악계의 현실과 전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 모두 공감되고 동의하는 내용들이다. 창작 국악연주에 주로 등장하는 25.. 더보기
가야금-양산도를 배우다 양산도를 배웠다. 세마치 장단이다. 음의 장단과 고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오늘도 악보를 보고 연주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익혔다. ◀ 12현 산조 가야금, 안족이다. 현을 뜯는 방법중 처음 배우는 것도 있었다. 특히 2,3번 손으로 동시에 몸쪽의 한 방향으로 뜯고 이어서 1번으로 뜯어 소리를 내는 방법은 처음이다. 이전에 배운 것은 1번과 2번 손이 마주보며 동시에 뜯는 법이 있었다. 가야금 연주 법, 끝이 없다. 소리를 얻는다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이며, 소리를 얻기 위한 과정의 길 또한 어렵지만 그 과정 자체가 새로움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마치 소나무 즐비한 소광리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상쾌함과 청명함에 들러싸인 분위기. 마음 여백 가득하다.(尋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