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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만개궁체, 비움의 시간이다 만개궁체. 시위를 당기다. 화살이 가득 당겨진 상태에서 앞손과 뒷손의 밀고 당김은 격렬하다. 격렬함의 끝은 평형을 이루는 고요함을 가져다 준다. 팽팽함이 이룬 고요함은 에너지를 축적한 상태로 터지기 직전이다. 나는 이 시간을 즐기는 일이 가장 좋다. 초침으로 보면 3초 내외이지만 참 긴 시간이다. 사색의 비움이다. 더보기
동래부 활터, 관덕정에 가다 19세기 말경에 존재했던 동래읍성의 활터 관덕정 위치를 확인하려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고구마 캐듯 넝쿨을 당기다 보니 옛 동래부 그러니까 지금의 부산지역으로 확장되었다. 모르고 지내던 부산지역의 활터가 하나씩 드러나니 가히 부산은 활쏘기의 고장이었다. 불과 100여년 전의 기억들이 현실에서 한 순간에 단절되고 기억의 저편에서 이어오는 지정학적 연속성으로 전통문화가 이어진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이롭기도 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어둡고 깊은 서고에서 잠자던 옛 기억들이 현재와 연결될 것이라 믿는다. 더보기
괘를 품은 활터 관녁 맨 마지막 과녁은 1960년대 표준화된 도안이다. 옛 과녁은 다양하다. 조선시대 풍속도나 각종 그림에서 확인된 과녁이다. 국궁신문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도안했다. 앞으로 야외 활쏘기때 사용되어 전통의 멋을 즐겼으면 한다. 더보기
각궁과 죽시 한국 전통활쏘기의 근간, 각궁과 죽시. 더보기
활쏘기 화살은 시위를 떠나 바닥을 콕 찍고, 에너지를 담아 다시 돌아온다. 더보기
괘를 담은 과녁 괘를 그려 놓은 다양한 과녁이 담긴 그림이 새롭게 나온다. 단순한 방향인지 아니면 기준이 나타내는 약속의 표시인지 모른다. 어떤이는 주역의 논리로 풀어내기도 한다. 활쏘기의 문화적 다양성을 담고있는 과녁을 소개한 기록이 있을법도 한데 아직 나타나질 않고 있다. 더보기
월송정, 비전월송 飛箭越松 김홍도의 금강산사군첩에 있는 월송정도이며, 월송포진 북문 성루와 흰과녁이 마주하고 있다. 과녁의 존재는 활쏘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월송정이 사정(射亭)의 기능을 갖고 있었음을 확인해 주는 사실이다. 성종은 월송정을 조선팔도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활터로 뽑았다. 일만주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화살이 송림 위를 날아 과녁에 이른다. - 월송정 편액이 ‘비선월송 飛仙越松·신선이 솔숲을 날아서 넘는다’는 이야기에서 취했다는 설이 있다. 월송정 세미나에서 나온 멋진 말이 귓가에 맴돌아 기록해 둔다. 飛箭越松·화살이 솔 숲을 날아서 넘는다. 더보기
상사대회 賞射大會 활터에서 익숙한 말이 오간다 "개사, 단체전, 개인전, 작대, ○대 나오세요, 삼순, 선다시수, 8강 선발, 관중, 다음, 합이 ○중, 순점, 살치우세요, 비교, 각죽우선, 접장, 선사, 후사, 시부족, 촉바람, 신사, 집궁례, 몰기례, 시사, 효시, 과녁제...." 옛날 사람들의 일상을 담고 있는 활터의 언어들이다. 활터에서 6순을 내며 오래 머물렀다. 활쏘기는 흥미로움을 만들어 내는 샘과 같다. 더보기
바람 한점 없는 날 풍기가 힘을 잃고 푹 꺼진 바람 한점 없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미치지 못해도 바람 때문에 빗나간 것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다. 민낯이다. 궁사의 활쏘기가 날것 처럼 있는 그대로 드러 난다. 앞뒤 없이 통으로 짧은 화살이 많이 나왔다. 과녁 거리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이날은 평상시의 만작상태를 유지하지 못한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퇴촉을 막는 가입을 하던가 좀더 긴장된 만개궁체를 가져야 한다. 바람 한점 없는 날, 민낯의 활쏘기가 그대로 보여 활공부 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더보기
면불이다. 免不.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등정 했다. 만개궁체에서 앞손과 뒷손의 밀당이 부족했고, 몸에 있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맹렬함을 보이지 못하고 익숙한 동선에서 벗어났다. 시수를 얻지 못했다. 4순을 내고 활을 지웠다. 더보기
화살농부-시행착오 습하고 끈덕지게 더운날, 시위를 당겼다 놓기를 반복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무겁 뒤편 언덕에 제대로 심어졌는지 밀집모자 눌러쓰고 하나 하나 확인한다. 화살은 다양한 열매를 맺으며 그 중 하나가 시수이다. 비오날도, 바람 부는 날도 무겁을 찾아 비스듬히 꽂혀 있는 시矢에서 시수가 열렸는가 확인하고 기다린다. 때로는 열리지 않을 때도 있고, 1개의 시수가 나올때도 있다. 깊은 사랑과 정성을 쏟으면 4개도 나오며, 5개 시수는 흔치 않지만 평온하고 완전할 때 나온다. 시위를 떠난 순간 과거가 되버린 되돌릴 수 없는 화살, 농부는 그 화살에서 시행착오를 얻는다. 더보기
동진동퇴 퇴근 길, 활터에 들러 모처럼 야사를 했다. 네순을 냈는데 빗나간 화살의 분포도를 확인했다. 밤에 쏘는 화살은 궁사의 반복성에 의한 화살의 착지점 분포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그것을 통해 궁사는 매번 같은 크기의 힘과 동작이 반복되는가를 확인 할 수 있으며, 반복에 따른 재현성을 구현하는 훈련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럿이 동진동퇴를 반복했다. 더보기
빗나간 화살 궁사가 의도하지 않은 곳에 머문 화살이다. 궁사는 시위에 매긴 화살이 목표하는 공간에 정확하게 가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한 열정과 노력은 대개의 화살들이 의도된 바와 같이 미리 그어진 선을 따라 비행하고 목적하는 공간에 도착하게 한다. 물론 다 그런게 아니다. 단지 궁사는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으로 확률을 올리려고 빗나간 화살을 줄이는 연습을 한다. 오늘 참 덥다. 덥고 습도가 높은 날 그러한 환경에 익숙한 활쏘기를 해야하는 이유도 일상의 훈련이다. 순을 거듭할 수록 빗나간 화살이 더해지는 건 외부 기온에 적응하는 훈련이 부족함을 알려준다. 빗나간 화살이 나를 바라본다. 더보기
활쏘기는 화살의 위치를 지정하고 이동시킨다 활쏘기는 화살이라는 물체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보내고자 하는 다른 공간의 위치에 정확하게 이동시키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운동이며, 무예라고 표현을 한다. 활쏘기의 결과물로 나타나는 화살이 날아간 거리의 크기는 궁사가 제어할 수 있는 힘의 표현이며, 정확도는 궁사의 숙련도와 노력의 결과물이다. 궁사들은 활쏘기를 반복하면서 힘을 제어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노력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궁사가 활쏘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습관이나 루틴과는 다른 것이어야 하며, 위치 변동이 발생한 화살의 동선과 착지점이 의도한 바와 같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화살이 계획된 모습과 다르다면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며, 개선해야 한다. 더보기
활쏘기를 하다 더운 날, 이른 아침에 활터에 갔다. 앞손이 만족스럽지 못해 시위를 떠난 화살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다섯 순을 종순으로 내고 활터를 나왔다. 더보기
습사부족 활과 화살을 새것으로 바꿨다. 줌손의 익숙함이 생소하고 어색해진 느낌이다. 미세한 느낌의 차이로 시위를 떠난 화살이 갈길을 제대로 가지 못하고 뒤나고 짧게 떨어지기도 한다. 늘상 같은 시표로 화살을 보내다 보니 작은 환경 변화에 달라진 화살을 보니 익숙했던 시표는 바람에 날리 듯 중심을 잃는다. 계산되고 정형화된 활쏘기에서 머물고 있음이다. 좀더 유연한 활쏘기를 위한 습사가 부족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궁사의 민낯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밑걸음이다. 습사부족. 더보기
거기 서 있는 화살들..... 덥다. 활쏘기에서 습하고 더운 날씨는 궁체를 의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시위를 당기는 느낌도 다르고 깍지손은 작은 땀에 의해 신경이 쓰여 거궁에서 발시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궁체가 흐트러져 화살이 의도하지 않은 동선을 그린다. 오늘, 그러했다. 익숙치 않은 환경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수정하고자 과녁에 집중했다. 생각만큼 오늘 활쏘기는 몰입되지 않았고 산만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여기저기 비스듬히 서서 나를 기다린다. 더보기
과녁은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초시를 냈다. 시위를 끄는 과정에서 거궁의 위치가 옳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 앞손이 위치하는 거궁 위치가 평소보다 낮고 왼편에 치우친 상태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끄는 활을 여는 과정에서 과녁이 평소 익숙했던 위치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궁사의 마음은 이미 표를 찾는 방황을 하며, 만개뒤에도 표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앞손을 미세하게 이동시켜 자리를 찾는다. 뒷손도 충분하게 짜지 못한 상태에서 앞뒤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발시가 되었다. 화살은 영락없이 앞으로 빗나갔다. 재순에선 그런 잘못된 과정에 대해 수정하는 행동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삼순에선 또다른 변화가 있었다. 초시가 과녁을 넘더니 재시부터 앞손의 움직임과 고요하던 정적을 깨는 갑작스런 바람 등 외부 영향에 궁체가 흐트러져 중구난방.. 더보기
아침에 활을 내다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간혹 왼편 숲에서 새소리 들려온다. 초시를 시위에 매겨 당기는데 잘 끌려온다. 자신감을 얻은 깍지손이 빨리 풀리고 화살은 맹렬하게 과녁을 향한다. 고요한 공간을 가르며 시위를 떠난 화살은 활에서 얻은 에너지 그대로 갔다. 앞났다. 방심했고 건성으로 세밀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한다. 재시는 좀더 진지한 마음으로 시위를 놓았다. 과녁으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이 반복되었다. 궁사는 매번 시위를 놓을 때 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각하고 얻어야 한다. 그게 활을 쏘는 이유이며, 끝없는 반복을 통해 궁아일체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 활을 냈다. 더보기
전통활쏘기연구 제2호 저널 출간 전통활쏘기연구 제2호 저널이 출판되었다. 지난 1년 동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묶고 몇건을 더해서 책으로 낸 것이다. 한발 더 내디딘 진전된 모습이기를 소망하지만 시행착오를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해 늘 그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한권의 책은 한걸음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즐거운 일이다. 다양한 곳에서 발원하는 작은 물줄기가 모아져 바다를 이루듯 다양성의 풍부함을 토해내는 풍속의 바다는 늘 우리들 앞에 있다. http://www.archerynews.net/news/view.asp?idx=2177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