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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가곡

소리마을 2009. 6. 17. 08:49

가곡은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시조 가사를 즐거움과 슬픔, 기쁨, 설레임 등의 감정을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한 음악으로 궁중과 선비들이 즐겨하던 성악곡을 말한다. 가객이 직접 나와서 연주 전에 가곡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였다. “느림과 절제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로 소개를 마쳤다.

막이 열렸다. 뒤에는 병풍이 쳐져 있다. 무대 왼편부터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장구, 거문고 순으로 좌정하고 앞 중앙에 소리를 하는 가객이 자리를 하였다. 양끝에는 현악이 있고 중앙에는 관악이 있는 좌우로 찰음을 내는 해금과 장단 맞추는 장구가 있으며, 마이크는 설치되지 않았다. 장구의 북편(궁편)을 치는 왼손은 동그란 선을 그리며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연주 공간은 전반적으로 소리와 공간 배치가 느슨할 만큼 여유롭지만 절제된 움직임으로 가볍지 않은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무게감의 분위기가 품위로 형상화 되어 몰입을 하게 되면 약간은 긴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광경이다.

가야금 농현, 바람에 일렁이는 풀잎마냥 잔잔하게 흔들거리듯 간결하게 움직인다. 산조에서 흥을 돋구던 질퍽하고 능청능청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가객의 창법은 익숙하지 않기에 들을 수 록 흥미롭고 새롭다. 피리 소리가 도르라지게 들릴 때는 웬지 아쉬움의 감정이 일렁인다. 몇 번의 호흡이 반복된 뒤에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여음. 몰입이 필요하다. 가객의 소리와 악기의 소리가 경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섞이고 때로는 부딪치는 등 나름 어울리기도 하고 엇나기도 하며 듣는이의 감정을 흔들기도 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워낙에 느린 장단이라 누구든 따라 하며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몰입하면 고난이도의 연주와 창법이 어울려 화음을 이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고도의 절제된 방식으로 어울리는 간결함이 여백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떠한 감정도 용인하지 않겠다는 느낌은 각기 다른 악기의 소리가 교차하면서 간혹 균형을 깨며 틈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틈은 다시 여백의 풍만함을 이루면서 자유로움을 준다. 편안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음의 생성은 아주 조심스럽게 한 음 한음이 이루어지며, 또한 음이 소멸되는 것조차 간결하면서 절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융화.

딱히 홀로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울림, 여럿이 화음을 구성하면서도 시종일관 군더더기 하나 없이 홀로 벽계수를 즐기는 양 고고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한 분위기는 객석도 어느새 하나가 되며, 스스로 선방 공부를 하듯 몰아의 지경에 들어서게 된다.

거문고. 맹렬하고 거침없는 술대의 열정적인 동작은 간결하되 단호함으로 대치되면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찰음을 내는 해금 또한 애잔함의 깊이마저 절제한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어렵다. 그러나 보는이로 하여금 복잡함을 잊게 하는 매력이 있다. 분명하다. 들숨과 날숨이 서 너번 반복되어도 소리는 소멸되지 않고 긴 여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신비로움이 보인다. 흐트러짐이 없다. 가객의 창법에 대한 느낌을 표현할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유보한다. 어릴적 들어본 적 있다. 화음에 몰입하다가 연주자 각각의 소리를 선별해서 듣는 재미는 참 좋았으며, 아주 흥미로운 방법이다. 줄풍류.

장구. 채편 마저도 절제된 모습이 드러난다. 간결하다. 장단이 조금 빨라졌다. 피리소리가 도드라지고 현악기가 이어간다. 찰음도 높아지고 장구의 채편은 풀리고 궁편은 일정하다. 반전. 끝났다. 여창가곡. 평이한 듯 하나 결코 평법하지 않고 느린 듯 하나 빈틈이 없는 신비함이 가득하다.

병창가곡. 거문고가 열었다. 강하게 시작했다. 묵직함과 간결함이 어울리는 병창가곡이다. 대금소리가 올라갈 때 소리와 어울리면서 아련한 감정이 생기려다 이내 절제된다. 낮게 아주 조심스럽게 들리는 가야금은 시각과 청각에 의해 보는이로 하여금 그냥 조심스럽게 만든다. 마쳤다. 한 시간 남짓. 시작할 때는 인내가 필요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으나 막상 가곡에 들어가니 그냥 흘러간다. 긴 여움을 끝으로 모든 것은 공간으로 사라졌다.

박수 소리에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고, 사람들은 문으로 경계를 나선다.

진한초록 http://www.sky473.com/

Posted by 武士內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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