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지, 角指

활터에서 2019.10.08 13:00

깍지, 궁사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엄지손가락에 끼고 활시위를 당길 때 사용하며 대개는 뿔로 만든다. 황소뿔, 물소뿔, 사슴뿔 등이 쓰인다. 물론 나무로 만든 목깍지도 있고 그외에도 딱딱한 재질이면 모두 가능하다. 근래 <깍지- 角指, 사이버 기획전시>를 준비하면서 궁사들이 사용하는 깍지 사진을 모아보니 참 다양하다. 깍지는 개인이 소유한 물품중 가장 오래도록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내 깍지도 근 30여년 된거 같다. 너무 친숙해서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지만 시간의 땀 내음 가득한 깍지를 드러내고 보니 이게 전통문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활쏘기를 즐기는 궁사가 민족문화를 계승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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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손과 뒷손이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다 멈춘다. 가득당겨진 활, 오금은 터질 듯 탱탱하게 부어오르고 양냥고자는 튕길 듯이 사나운 기세를 드러낸다. 화살대 걸친 줌통은 스스로 중정을 취하듯 기다림의 여유를 얻는다. 움켜진 깍지손은 오늬를 지긋히 누르며 에너지를 모은채 과녁을 응시한다. 멋진 분들과 활쏘기를 즐기는 여무사의 화살은 마냥 여유롭다.

활을 연다는 건 몸을 여는 것이고 마음을 비운다는 의미이다. 앞손과 뒷손의 밀고 당김은 서로의 보완적 활동으로 중용을 취하는 과정이다. 힘의 균형은 평온을 가져오고 안정을 취하며 곧은 자세로 과녁을 응시하는 견고하고 강직함과 유연함을 발하는 선사자의 모습을 확정한다. 그런 모습을 취하려고 활을 잡는다. 스스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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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하늘에서 내리고 화살은시위를 떠나 과녁으로 직진한다. 처마 끝 낙숫물 소리에 시윗소리 엇박자로 화음을 이를 즈음 목성이 더해지니 활터가 완성된다. 연전으로 다시 돌아온 화살들, 시위에 메겨지고 새롭게 비상하지만 화살을 만족스럽게 당기지 못하니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을 중심으로 제멋대로 착지한다. 깍지손을 울러메고 걸머지는 초심이 요구되는 습사였다. 비오는 날 쇠미산 자락 활터에서 정순을 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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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이르니 무겁한량의 단기가 돌아가고, 설자리 획창한량이 상기된 목성으로 김한량 벼~언하고 소리친다. 동시에 삼현육각이 연주되고 지화자가 이어진다. 무겁한량의 큰 기가 누운 팔자를 그리면서 춤을 춘다. 매시 관중마다 춤사위는 반복되고 한량의 화살이 과녁을 비켜가면 <화란 춘성하고~~~~만산홍록 들은> 의 유산가가 청아하게 숲길을 뒤흔다. 활터 밖 걸음은 멈춰서 소리에 고개 돌리고 바라보며 어깨 춤을 추고 다시 시위를 출발한 화살이 과녁에 이른다. 편사는 긴장과 이완의 흥겨움이 공존하는 전통 활쏘기이다. 이번에 열린 남수정과 청룡정 편사를 취재하는 내내 좋은 소리에 행복했고 흥겨웠다. 편사라는 격조있는 활쏘기 한마당에 참여한 젊은 국악인과 편사원께도 큰 감사를 드린다. 인천편사가 흥겹게 계승되기를 소망한다.(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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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했다. 가득당긴 활, 천왕봉이 양양고자 위에 얹혀지면 당겨진 시위는 순식간에 풀려 화살이 빠르게 과녁을 향해 출발하고 천왕봉 속으로 사라진다. 선사자와 함께 함양 호연정 사대에서 천왕봉을 오고 가기를 반복하며 세순을 냈다. 궁시를 챙기고 호연정 사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지리산에 가득한 땅의 기운을 얻는다. 멋진 활쏘기이다. 호연정 활쏘기는 지리산에 안기듯 푸근하게 시위를 당겨도 좋고, 지리산을 품듯 맹렬하게 화살을 보내도 좋다. 멋진 활터를 계승해 주신 선사께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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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질을 했다. 깊게 파기도 하고 다듬기도 하고 확인하고 다시 팠다.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중. 전통활쏘기를 할때 화살 다섯발을 쏘는데 모두 맞출 때 시지에 찍어 기록하는 도장이다. 많은 궁사가 선사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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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예결해(射藝訣解)는 영ㆍ정조 시대 최고 명궁으로 소문난 웅천현감 이춘기의 활쏘기를 채록한 사법서이며, 활쏘기의 자세와 방법에 대해 집약된 표현으로 15조 요결과 5조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조-순조 시대문신 서영모가 쓴 죽석관유집 7책 외편에 수록된 사예결해는 활쏘는 방법에 대한 표현이 현재 구전되어 활터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유사하여 익숙하게 다가옵니다. 같은 무예를 즐기면서 역사 속의 무인을 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오는 11월 3일 광주에서 옛 무인의 활쏘기를 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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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만큼 느낌은 백발백중인데 그게 아니었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는 그런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초순부터 땅몰기를 하더니 매순마다 시행착오를 수정하지 못한채 진전된 모습을 얻지 못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계획된 동선과 착지점 경계를 벗어나니  핑계를 찾기 시작한다. 늦더위에 땀이 나서 안되고 바람이 오니 흔들리고 햇빛이 강해 눈이 부셔 과녁이 흐려진다며 외부에서 원인을 애써 찾는다. 어리석음. 망설임으로 단호함을 잊은 오늘 활쏘기는 혹일혹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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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 夜射

활터에서 2018.09.13 08:09

저녁해는 과녁 너머로 내려가고 짙은 노을은 화살에 뭍어 유성처럼 선을 그린다. 설자리 궁사의 시윗소리에 먼 곳 불빛으로 소리없이 달려가는 화살들. 추향은 촉바람으로 궁사의 마음 살짝 건드리니 시윗리에 놀란 화살은 가을바람 따라 과녁을 향한다. 화살은 여름을 지나 가을을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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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무인의 곁에서 묵직하게 존재를 발하던 육량전.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활쏘기의 일상이었던 화살이 격변의 시간을 통과하면서 우리들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더 전설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 화살이다. 100근이라는 어마 어마한 힘의 강궁을 제압할 수 있는 조선의 무인, 그들의 화살이 지난해 부터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야 제대로 된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촉의 무게가 6냥이고 화살대 까지 포함하면 8냥이 족히 된다. 많은 궁사들이 그 화살을 100여미터 이상 보내고자 체력을 키우기도 하고 모자란 힘을 얻기 위해 온 몸을 활용하여 안간힘을 썼다.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그 화살을 60미터 남짓 간신히 보내면서 지난 시간으로 누적된 먼 과녁을 살핀다. 육량전 복원에 참여하며, 토론하고 논의하던 지난 시간들은 줄곧 흥미롭고 신비로운 느낌이 공존했던 진전된 시간이었다. 아울러 시간 속에서 만난 조선의 무인은 더 강했다. 함께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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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죽헌 2018.07.11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활의 전통을 이어가려 늘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40여년전에 남도의 어느 사정에서 깔끔한 활쏘기를 하던 분의 각궁이 그의 후손에 의해 보존되다가 다시 활터에 나타났다. 수일 동안 점화되고, 선사에 의해 조심스레 모습을 갖췄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 팽팽하고 높에 솟은 활은 시간을 간직하고 있었다. 현재와 미래는 경험할 수 있지만 과거, 즉 지난 시간은 그게 안된다. 그래서 지난 시간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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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듯, 과녁으로 가는 길을 잃었다. 딱히 무엇인가를 수정하려는 노력도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은 습관화된 동선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간다. 세차게 불어오는 촉바람이 있긴 하나 그것을 핑계라 하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회피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있는대로 보여지고 체공의 시간을 마친다. 계획된 동선에서 일탈된 화살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분명한 것은 모든 행위가 서 있는 공간에 동화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어색함과 생소함이 느껴지는 활쏘기에서 익숙함의 반대적인 것을 좀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얻은 것은 소득이다. 바람 때문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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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궁체에서 어정쩡하게 당기고 어설프게 멈추듯 망설임이 섞이면 앞을 내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확실하다는 느낌이 오고 앞뒤가 꽉찬듯 하지만 평온하면 통으로 뜬다. 스스로에게 화내듯 악착같이 가득당겨 자신에 찬 느낌으로 터트리면 뒤로 간다. 연전은 주로 미세함의 거리와 경계의 불분명함을 확인하는 좋은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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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활 공부하던 동무가 각궁을 표구해서 곁에 두고 싶다며 부탁을 했다. 지난 일요일 쏨새가 좋은 활동무로 부터 폐각궁을 하나 구해놓고는 저녁 내내 투명한 낚시줄을 이용해서 파손부위를 제법 세밀하게 감아 외형을 복원했다. 윗장과 아랫장 모두 밭은 오금에서 뿔이 끊어져 파손되었고 먼 오금까지 뿔과 대나무 사이 민어부레풀 접착면이 분리되어 떨어졌다. 활은 90년대 후반에 제작된 경주각궁이며 서른너댓근이 조금 넘는 세기 일 듯 하다. 모처럼 망가진 활을 수리하다 보니 줄을 감던 손의 중지에 물집이 잡히고 소지는 물집이 터져 살점이 나갔다. 외형이 복원된 각궁의 미려한 모습이 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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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은 경계이며, 궁사는 경계를 두고 시위를 당긴다. 경계에 걸친 화살은 양방향으로 함축적으로 저장된 시간이다. 궁사는 사색하고 고민하며 화살에 담긴 진전된 시간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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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논문집10

활터에서 2018.02.01 17:37

10번째 국궁논문집이 나왔습니다. 부족함을 알면서도...훗날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는 것도 알면서.... 시행착오는 진전을 담보하기에 같은 길을 걷는 분들과 전통활쏘기를 사랑하는 열정이 모여 기록화 작업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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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사부족이다. 당연히 몸에 익숙했던 동작들이 무뎌지니 전체적인 균형이 틀어지고 군더더기 투성이의 활쏘기가 되었다. 모든게 만족스럽지 않다. 그랬다. 부족할 때는 앞이나 뒷손 모두 불편하다. 그럴때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닿을때는 더욱 불편하다. 모처럼 참여한 구순 정사에서 익숙치 않은 활쏘기였다. 올 겨울엔 부지런한 습사로 예전에 보았던 친숙한 화살을 만나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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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고종28년),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1891년(고종28년) <각사등록(各司謄錄) 경상우병계록>에 정시무과 시취를 끝으로 마지막 기록을 남긴 채 궁사들 곁에서 사라진 철전(육량전, 아량전, 장전)이 화려한 외출로 다가왔다. 2017년 12월 24일 부산에 있는 전통활터 사직정에서 120년 만에 나타난 육량전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는 육량전 쏘기를 하였다. 비록 조선시대 무과거리인 80보(약 96미터)를 초과하는 기록을 얻지는 못했지만 120여년전 조선시대 무과 응시생들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육량전 활쏘기는 화살의 굵기에 어색했고, 무게를 느끼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깃의 유무에 혼란스러웠고 시위를 떠난 육량전의 비행과 착지 모습에 마냥 신기해 했다.

육량전은 상상초월이고, 그 화살을 즐기던 조선의 무인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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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량전을 처음 보는 순간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상상초월이다. 지금까지의 활쏘기는 모두 잊혀지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그런 기분이다.  육량전, 촉의 무게가 육량이라는 의미이다.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조선시대 무인의 전유물인 육량전이 오랜 시간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내게로 왔다. 깃 있는 것과 깃 없는 육량전, 모든 사항이 상상초월이다. 나는 육량전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또한 그것은 오늘을 사는 나에게 어떤 유의미가 있을지 어지럽다. 기대된다. 육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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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등정했다. 좋은 분들과 활을 내니 시간을 잊었다. 쇠미산 아래 활터에서 댓순을 내니 어두워졌다. 시위를 떠난 화살, 제자리에 두고 활터를 나섰다. 고요한 시간은 늘 그 자리를 지나고 화살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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