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지에서
늦여름, 산산이 먼 열도를 휘젓는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 속에서 별주부전의 전설이 깃든 바다를 떠올리며 남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밤이 깊어질수록 삼천포대교의 화려한 야경이 호구산을 넘어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낙조와 어우러져, 세상을 물들인다. 붉은 빛이 사방을 비출 때, 그 순간의 묘한 조화가 마치 그림 속 풍경처럼 빛난다. 한가로이 불멍에 빠져드는 이 시간, 나는 공간에 흐르는 여백 속에 몸을 맡긴다. 이렇듯 적막하고도 고요한 밤, 여름의 끝자락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잊은 채, 마음 한 켠에 평온을 스며들게 한다.
일상풍경
2024. 8. 28.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