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쏘다.

활터에서 2014. 10. 27. 14:33

전통활쏘기를 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활을 쏘는 단순한 신체적 행동은 또 다른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사실, 그것은 시작에 볼과하다. 역사와 문화는 물론 서로 다른 공간의 풍속들이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진전된 문화를 이루는가를 규명해주는 흥미로운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성행하는 전통활쏘기의 동일성과 독립적인 발전과정, 그것은 단순히 머물거나 진보하는 인류문화로 대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통활쏘기를 공부하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이 동반되는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 놓여있다. 그래서 늘 시위를 당기고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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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호정 활터에서(2002)

한국의 전통 활쏘기를 보았습니다. 단순히 과녁을 향한 시위를 당기는 그런 활쏘기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궁도대회로 불리워지며 전국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활쏘기입니다.

먼저 인천지역의 편사는 활쏘는 사람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활터가 있는 마을의 부녀회가 참여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활량들의 가족 모두가 참여해 축하해 주고, 뛰어난 궁술의 묘기가 나올때마다 큰 박수로 응해주며, 소리를 하는 국악인들이 소리 높혀 창을 부르고 무겁에서는 화살을 잘 보는 최고의 고수가 연전과 거기를 하고 있습니다.

활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 활 풍속의 범위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존재하는 활의 세계를 찾는 다는 것은 십년이 가도 반세기가 가도 모두 확인하거나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앞섭니다.
인천지역의 편사는 분명 잔치였습니다. 실전 훈련이었습니다. 무술이었습니다. 과녁을 맞추기 위한 활쏘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이며, 아주 자연스런 시대의 문화였습니다.

활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모든 것을 재정립하려 합니다. 활 풍속을 이해하려면 과녁의 경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함을 절실히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과녁의 테두리안에 갇혀버린 이시대의 사풍이 초라해 보였습니다.

무엽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과녁의 한 가운데에 붙어서 고전을 보며 날아오는 화살을 깃발로 잡아 버리는 그 사람의 모습이 크게 기억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연전을 하지 않습니다. 화살 보는 것에 대한 최고의 경지에 도달 하였음을 인정해 주는 한량들이 있기에 그 자리에서 화살을 마주보고 깃발을 돌려줍니다. 아니 깃발 춤사위를 펼치는 것입니다.

경기민요를 하루종일 부르는 소리꾼과 무표정으로 날라리와 장고등을 연주하는 사람들은 분명 활터의 구성원 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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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늬

활터에서 2014. 8. 17. 20:34

 

시위에 깊게 박힌 오늬, 궁사가 활을 열어 힘을 모아 시위에 더하고 오늬에 모아둔다. 화살을 당긴 아귀가 풀리니 오늬가 절피를 딛고 맹렬하게 나아간다. 빠른 속도로 올라 정점에 오른 화살은 미련없이 낮은 곳의 과녁을 향해 서서히 내려오고 활을 거두는 궁사의 시선은 청명한 하늘에 머물다 과녁너머 산으로 내려온다. 새들은 지저귀고 바람은 일렁이며 낮게 깔린 풀을 건드린다. 매미소리에 뭍힌 목성이 들려온 작게 들려온다. 오늬가 깊게 패인건, 에너지를 담아두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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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각궁이다. 박극환 궁장이 1991년도 제작한 활이며, 박동섭 명궁이 죽시 65-65를 걸어 51파운드 정도의 세기로 사용하였다. 제작년도가 오래된 만큼 각궁의 원래 모습을 많이 갖추고 있으니 교육용으로 활용하라며 국궁신문에 기증해 주셨다. 전통활쏘기 관련하여 각종 발표나 소개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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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활터에 들렀다. 그 시간에 활을 낸지 정말 오랫만이다. 늘상 그러하듯 그 시간때에는 바람이 멈추고 태양도 산에 걸려 있어 석양을 더하고 고요하다. 그림으로 그려진 듯 주변이 다소곳한 분위기에서 화살이 과녁을 맞닥뜨리면 목성은 경쾌함으로 크게 들려온다. 모든 것이 멈춰서 있는 때라 활시위를 떠난 화살의 착지점 일탈에 대한 핑계는 없다. 그렇게 일곱 순을 냈다. 높게 뜬 화살의 포물선을 따라 목성이 들려오고, 석양은 둥글게 산을 넘는다. 화살이 앞산 그림자에 뭍혀 시야에서 벗어날 즈음 활터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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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시(初矢)

활터에서 2014. 1. 1. 16:16

새해 첫날, 비학동에서 세순을 냈다. 줌 뒤에서 오는 바람따라 길을 잡은 화살은 과녁을 비켜가고, 쉬는 걸음에 평시조를 얹어 소리를 냈다. 세상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 화살에 깊게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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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는 뭘까?

활터에서 2013. 11. 22. 14:29

구분되거나 다르게 보여지는 그것은 뭘까? 다르다는 것과 구분되는 것은 같은 것일까?

경계와 시작점은 같은 의미일까? 무엇인가 모이는 지점은 경계와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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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내다

활터에서 2013. 9. 28. 17:44

비학동에서 여섯 순을 냈다. 높은 하늘아래 시위를 떠난 화살, 더 높게 날더니만 과녁으로 몰린다. 앞산은 아직 초록이다. 가을 활터에서 새들은 낮게 날고 화살은 높다. 궁사의 마음은 벌써 가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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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활터에서 옛 과녁 마주하고 송학에서 점심을 먹었다. 길을 돌고 돌아 다시 남쪽을 향했다. 짧은 먼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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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활터에서

활터에서 2013. 3. 17. 18:30

 

따스한 바람이 있는 봄날, 세순을 냈다. 아지랭이 피어오르듯 시위를 떠난 화살은 자유롭다. 재순, 삼시는 바람따라 나섰는지 보이질 않는다. 봄 기운 얻으려 활터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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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은 활터, 진해정. 번잡함은 모두 내려놓고 산을 본다. 활의 줌통에서 고자로 이어지는 선을 닮은 능선이 있고, 숲이 있다. 산 아래 밭으로 이어지는 경계에는 작은 바람에 흩날려 뿌리를 내린 한 그루 나무가 영역을 표시하듯 당당히 서 있고, 조금 공간을 두고 궁사들이 세운 터과녁 하나 있다. 왼쪽에는 바람을 보여주는 풍기가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다. 설자리. 화살을 메겨 불거름에 활을 걸친 궁사는 아무런 표정 없이 앞을 주시할 뿐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는다. 거궁하여 살을 당겨 활을 가득 열고는 한 호흡을 마치자 마자 멈춤 없이 뒷손이 뿌려진다. 앞마을과 뒷마을 사람이 모여 치른 제94주년 3.1절 기념 진해정 편사대회는 지난 94년전의 일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내일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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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을 쏘다

활터에서 2013. 2. 26. 12:57

지난 주말 모처럼 활을 냈다. 정순 다섯순을 쏘았는데 궁체는 틀어져서 엉성하고 화살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자유롭게 비상한다. 그래도 겨우내 쌓였던 것들을 화살에 담아내니 좋았다. 화살은 나를 안다. 활을 잡은 궁사는 활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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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학동-飛鶴洞

활터에서 2013. 1. 20. 17:30

 

 

화살을 과녁으로 보냈으나 깔끔한 맛이 없다. 화살이 길은 아는 듯 했으나 익숙한 걸음이 아니다. 시위를 놓고 둘러보니 바람은 멎고 가득 당겨진 활은 터지듯 펴지면서 앞산의 능선을 닮는다. 먼 마을에서는 아지랭이 오르듯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봄이 가까운 곳에 있다. 7순을 내고 활터를 나왔다. 飛鶴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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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순을 냈다. 활 시위를 가득당겨 과녁을 끌어안고는 움켜쥔 깍지손을 놓았다. 휙~, 소리내며 봇물 터져 물 흐르듯 화살이 빠른 속도로 산으로 향한다. 가을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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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자, 양양고자.

단순하게 말하면 Siyahs.

같은 듯 하면서 서로 다르게 성장해 왔고,

다른 듯 하면서 같은 속을 지니고 있다.

마치 인류의 이동처럼

부딪침과 어울림이 공존했다.

어디서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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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각궁, 국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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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모여들고 흩어진다. 그들은 서로 자신을 말하고 상대방을 보며, 체험하고 교류한다.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유목민의 삶은 인류의 진보를 가져왔고 특히 활쏘기 문화와 풍속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활의 현재는 인류의 이동이며, 문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활쏘기를 들고 한곳에 모여 보여주고 배워가는 시간들, 다시 흩어져 그들 삶의 일부가 되는 진전을 보인다. 사진은 지난 10월 6일 천안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있는 제6회 세계민족궁축전의 각궁 전통활쏘기 시연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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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활쏘기의 위기
근래 각궁을 사용하는 궁사가 현격히 줄었다. 현재 국궁계의 운영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전통궁의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울 듯 하다. 각궁과 개량궁의 적절한 조화만이 국궁계가 살길이다. 현재, 각궁의 위기이다. 중국에서 싼 값에 재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듯 각궁을 만들어 파는 곳도 있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사, 그런 행위에 이득을 챙기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젠, 전통활쏘기를 계승하는 행위가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간섭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는 듯 하다. 국궁계 스스로 개선하기에는 현재의 시스템이 너무 후진적이라 활터 궁사의 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 전통활쏘기의 정체성은 활터와 각궁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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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새, 백로. 
과녁주변에 진을 치고 놀던 백로, 네번째 출발한 화살의 목성에 놀라 비상했다. 열댓마리 정도. 앞 바람. 무리지어 이동하며 연신 꽃씨를 쪼아 먹는다. 궁사가 사대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내내 백로는 활터 곳곳을 누비며 연신 씨앗을 찾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백로의 이동에 장애가 됐다. 오늘은 백로가 활터를 차지했다. 그들의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조용히 활을 챙겨 나왔다. 3순을 냈다. 해는 중천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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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梅射場

활터에서 2011. 12. 12. 00:07


천변에 솔포를 치고 활을 냈다. 앞산을보며 태산을 밀듯 줌을 잡고 개울에 흐르는 물길처럼 뒷손을 뺀다. 길 따라 흐르는 화살들, 솔포를 지나 산으로 향한다. 두순을 내니 해가 산을 넘었다. 淸梅射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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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었다. 과녁 앞 넓은 바다가 뻘 바닥을 드러내고 아낙은 소쿠리를 옆에 두고 연신 뻘에다 호미질을 하며 무엇인가를 파낸다. 갯가재와 비슷한 쏙을 잡는 풍경이다. 여름 햇볕이 참 뜨겁다. 다행히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온다. 바닷가 가장자리를 거닐며 무엇인가를 찾는 피서객, 별 소득없이 낚시대 드리운 채 먼 곳 바라보는 낚시꾼. 넉넉한 가지가 잘 펴진 나무그늘 아래에서 고기 구워먹는 피서객. 초지 찾아 헤매는 흑염소 무리들. 봉긋한 봉우리 사이로 내려온 골진 곳에 서 있는 터과녁, 옆에 동관이 있다. 잘 어울린다. 맞은 편 설자리에는 선사들이 나란히 서 있다. 허리춤에서 꺼내진 화살들은 연신 시위에 메겨지고 꽃 망울 터지듯 슝슝 소리내며, 과녁을 향한다. 화살은 물이 들어오는 때와 맞춰 바람따라 움직이듯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간혹 바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옆으로 비켜서기도 한다. 공간. 자연이다. 흑염소가 움직인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과녁 앞에서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끔 살고가 높고 걸음이 느린 화살은 바람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한바탕 춤을 추듯 비틀 거리며 과녁에 이르지 못하기도 한다. 화살들. 더위. 현실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지형적 공간에 시간을 더한다. 여유로움. 중모리도 너무 빠르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바닷가 활터는 진양조로 움직인다. 서두름과 조급함이 전혀 없다. 잡음조차 없어 바람소리, 물소리가 크다. 너무 조용하다 싶을 때면 궁사들의 화살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마음 편안하다. 어느새 물이 들어와 과녁 앞을 가득 채웠다. 여유로움. 종순은 여유로움을 즐기다 바람에 마음을 빼앗겨 화살을 모두 잃었다. 잃어버린 화살, 유쾌하고 좋았다.[디지털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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