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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각궁은 전통활쏘기 근간이다 두분의 선사가 말을 주고 받는다. 뽕나무, 대나무, 물소뿔, 참나무, 소힘줄, 민어부레풀, 화피로 만들어진 각궁을 앞에 두고 대화를 이어간다. 활을 당겼을때 힘이 축적되는 구간과 화살을 보낼 때 축적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과정을 주고 받는다. 수긍과 반문을 반복하면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활의 구성요소와 작동 원리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 즈음에는 가벼운 일상어로 짚어보는 듯한 말이 오간다. 양양고자, 고자잎, 심고, 도고자, 정탈목, 창밑, 목소, 삼삼이, 먼오금, 한오금, 밭은오금, 대림끝, 아귀, 줌통 등등은 각궁의 각 부분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참 많다. 활을 쏘면서 활채의 각 부분에 대한 이름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그러한 이름들이 모여 하나의 완성체를 이루고 사람들은 오랫동안 활터에서.. 더보기
시위를 떠난 화살 다시 내게로 온다 봄비 실린 바람은 오고, 파도가 일렁이며 물꽃이 피고 질때 궁사의 화살도 바람따라 흐르듯 연신 시위를 떠난다. 물꽃보러 나간 화살 다시 내게로 온다.연전길. 더보기
봄날, 사직정에서 봄날, 활터에서 그림자 길게 드리울제 시위를 떠난 화살, 그림자 밟고 그대로 간다. 과녁에 이르지 못한 화살은 봄 햇살 맞으며 아지랭이 피어 오르듯 제멋대로 나뒹군다. 두순을 냈다. 더보기
국궁논문집9-온깍지총서3 활쟁이, 그들이 모여 전통활쏘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집을 만들었다. 사계원이 흥해에 모여 대게를 먹다가 기획한 논문집이다. 이번부터는 비매품이 아닌 시판서적으로 출간했다. 비매품으로 하다보니 인맥에 의존해 책을 나눠주게 된다. 인터넷 서점에서 쉽게 구입하도록 배포방식을 바꿨다.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비들여 발간하는 책을 두고 별의별 고민을 다한다. 작은 변화도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든다. 활쟁이들의 마음, 아직 끝을 모르겠다. 더보기
나산활터에서 동진동퇴하다 나산활터 설자리에서 보이는 산 이름은 오방산이다. 마을 사람들은 산 옆구리에 다섯개의 밭이 있다하여 오바산이라고 부른다. 앞산과 뒷산의 능선이 자연스럽게 겹치면서 평온한 느낌을 준다. 폭염속에서 활동무들과 오방산 앞에서 동진동퇴를 서너번 했다. 어찌나 더웠던지 활시위를 떠난 살걸음은 느릿느릿 오방산을 향했다. 더위 먹은 화살, 오방산에 못미쳐 과녁 앞에 몰렸다. 더운날, 시원하게 뒷손을 뻈다. 더보기
칠보정, 경계에 서다 활터, 칠보정에서 활내기 3순을 냈다.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스스로를 경계에 세워두고 체공을 즐기는 화살에 마음을 담아 양끝에서 나를 겨눈다. 더보기
봄날, 사직정에서 활시위를 당기다 하얀 매화 향기 산비탈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오고 발끝 아래 아지랭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봄날, 활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봄날이 익숙치 않은 듯 매화 향에 취하고 아지랭이에 걸려 가는 둥 마는 둥 느린 살걸음으로 과녁을 향한다. 봄날, 활터에 모여든 궁사 여럿이 조용히 활쏘기를 반복한다. 더보기
궁사, 활시위에 가을이 왔다 ​ 비학동에도 가을이 왔다. 학이 놀던 비학동에 가을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햇볕은 아주 낮게 깔리고 풀과 나뭇잎은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궁사의 화살은 춤을 추듯 가을을 탄다. 풀벌레 소리 연신 들려오고, 나무가지 부딪치는 연음이 더해지니 가을인게 분명하다. 궁사의 시위에 화살이 연이어 매겨지고 가득 당겨 만개에 이르면 앞손은 슬며시 밀어내고, 뒷손은 연삽하게 빠진다. 부풀어 올라 탱탱해진 삼삼이가 망울 터지듯 열리면서 화살은 시위를 떠나 들꽃을 가로질러 가을을 지나려 한다. 더보기
국궁-한국 활의 천년 꿈, 온깍지궁사회 전통활쏘기인 국궁을 즐기는 분들이 '온깍지궁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그 흔적과 결과물을 모아둔 것을 책으로 냈다. 우리민족의 전통 무예인 활쏘기를 올바르게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과 실천이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스스로 돌아봐도 놀라운 결과물이다. 전통활쏘기와 활터문화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강독하기를 권한다. 더보기
각궁 角弓 죽시 竹矢 [각궁 角弓 죽시 竹矢] 어깨 위에 조심스레 얹힌 화살. 움켜쥔 깍지 손이 열리는 찰라의 순간, 몸도 마음도 눈도 귀도 활도 활짝 열리면서 엄청나게 커다란 에너지가 발산을 한다. 어깨 위의 화살은 시위를 떠나면서 맹렬한 전진을 위해 비상한다. 에너지를 가득 담은 화살은 과녁을 넘어 확인되지 않는 공간의 시간 속으로 쭈욱 빨려 들어간다. 시위를 떠난 화살, 착지하지 않았다. 허리춤에 내려진 왼손과 오른손. 20080619_활터에서_188 더보기
궁사의 마음은 그러하다 궁사의 에너지에 의존하여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김없이 의도된 방향과 착지점을 향해 비상한다. 허공에 오른 화살은 시간의 경계이며, 화살이 관통하는 시간의 양 끝은 궁사의 경계이다. 직진하는 화살은 착지하지 않으며, 목표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는 비상을 즐긴다. 궁사의 마음은 그러하다. 더보기
뚝방터에서 활을 쏘다. 국궁 뚝방터의 설자리는 중간지대이다. 마치 경계인 듯 동남쪽은 조선시대 무과과녁이며, 북서방향은 홍심이 지워진 터과녁이다. 활을 가득 당겨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때 평온함이 찾아들고 진전된 모습을 얻으려는 활시위는 봇물 터지듯 순식간에 팽팽한 기운을 발산하니 시위를 화살은 벌써 궤적을 남긴채로 과녁을 지난다. 그것은 시간이다. 뚝방터에 가면 과녁의 경계와 시간의 양끝을 만나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늘 흥미롭다. 더보기
활을 쏘다. 전통활쏘기를 하다 보면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활을 쏘는 단순한 신체적 행동은 또 다른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사실, 그것은 시작에 볼과하다. 역사와 문화는 물론 서로 다른 공간의 풍속들이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진전된 문화를 이루는가를 규명해주는 흥미로운 사실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성행하는 전통활쏘기의 동일성과 독립적인 발전과정, 그것은 단순히 머물거나 진보하는 인류문화로 대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통활쏘기를 공부하는 것은 끊임없는 질문과 의문이 동반되는 매우 흥미로운 과정이 놓여있다. 그래서 늘 시위를 당기고 놓는다. 더보기
전통활쏘기, 인천 편사 인천 남호정 활터에서(2002) 한국의 전통 활쏘기를 보았습니다. 단순히 과녁을 향한 시위를 당기는 그런 활쏘기는 아니었습니다. 현재 궁도대회로 불리워지며 전국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활쏘기입니다. 먼저 인천지역의 편사는 활쏘는 사람만의 잔치가 아닙니다. 활터가 있는 마을의 부녀회가 참여하여 음식을 준비하고 활량들의 가족 모두가 참여해 축하해 주고, 뛰어난 궁술의 묘기가 나올때마다 큰 박수로 응해주며, 소리를 하는 국악인들이 소리 높혀 창을 부르고 무겁에서는 화살을 잘 보는 최고의 고수가 연전과 거기를 하고 있습니다. 활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 활 풍속의 범위를 모르겠습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존재하는 활의 세계를 찾는 다는.. 더보기
오늬 시위에 깊게 박힌 오늬, 궁사가 활을 열어 힘을 모아 시위에 더하고 오늬에 모아둔다. 화살을 당긴 아귀가 풀리니 오늬가 절피를 딛고 맹렬하게 나아간다. 빠른 속도로 올라 정점에 오른 화살은 미련없이 낮은 곳의 과녁을 향해 서서히 내려오고 활을 거두는 궁사의 시선은 청명한 하늘에 머물다 과녁너머 산으로 내려온다. 새들은 지저귀고 바람은 일렁이며 낮게 깔린 풀을 건드린다. 매미소리에 뭍힌 목성이 들려온 작게 들려온다. 오늬가 깊게 패인건, 에너지를 담아두기 위해서다. 더보기
경주각궁, 1991년 제작 경주각궁이다. 박극환 궁장이 1991년도 제작한 활이며, 박동섭 명궁이 죽시 65-65를 걸어 51파운드 정도의 세기로 사용하였다. 제작년도가 오래된 만큼 각궁의 원래 모습을 많이 갖추고 있으니 교육용으로 활용하라며 국궁신문에 기증해 주셨다. 전통활쏘기 관련하여 각종 발표나 소개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더보기
과녁의 목성(木聲)은 포물선으로 다가온다 퇴근길, 활터에 들렀다. 그 시간에 활을 낸지 정말 오랫만이다. 늘상 그러하듯 그 시간때에는 바람이 멈추고 태양도 산에 걸려 있어 석양을 더하고 고요하다. 그림으로 그려진 듯 주변이 다소곳한 분위기에서 화살이 과녁을 맞닥뜨리면 목성은 경쾌함으로 크게 들려온다. 모든 것이 멈춰서 있는 때라 활시위를 떠난 화살의 착지점 일탈에 대한 핑계는 없다. 그렇게 일곱 순을 냈다. 높게 뜬 화살의 포물선을 따라 목성이 들려오고, 석양은 둥글게 산을 넘는다. 화살이 앞산 그림자에 뭍혀 시야에서 벗어날 즈음 활터를 나왔다. 더보기
초시(初矢) 새해 첫날, 비학동에서 세순을 냈다. 줌 뒤에서 오는 바람따라 길을 잡은 화살은 과녁을 비켜가고, 쉬는 걸음에 평시조를 얹어 소리를 냈다. 세상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 화살에 깊게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더보기
경계는 뭘까? 구분되거나 다르게 보여지는 그것은 뭘까? 다르다는 것과 구분되는 것은 같은 것일까? 경계와 시작점은 같은 의미일까? 무엇인가 모이는 지점은 경계와 같을까? 더보기
활을 내다 비학동에서 여섯 순을 냈다. 높은 하늘아래 시위를 떠난 화살, 더 높게 날더니만 과녁으로 몰린다. 앞산은 아직 초록이다. 가을 활터에서 새들은 낮게 날고 화살은 높다. 궁사의 마음은 벌써 가을을 지나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