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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사

궁사, 활시위에 가을이 왔다 ​ 비학동에도 가을이 왔다. 학이 놀던 비학동에 가을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햇볕은 아주 낮게 깔리고 풀과 나뭇잎은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궁사의 화살은 춤을 추듯 가을을 탄다. 풀벌레 소리 연신 들려오고, 나무가지 부딪치는 연음이 더해지니 가을인게 분명하다. 궁사의 시위에 화살이 연이어 매겨지고 가득 당겨 만개에 이르면 앞손은 슬며시 밀어내고, 뒷손은 연삽하게 빠진다. 부풀어 올라 탱탱해진 삼삼이가 망울 터지듯 열리면서 화살은 시위를 떠나 들꽃을 가로질러 가을을 지나려 한다. 더보기
궁사의 마음은 그러하다 궁사의 에너지에 의존하여 시위를 떠난 화살은 어김없이 의도된 방향과 착지점을 향해 비상한다. 허공에 오른 화살은 시간의 경계이며, 화살이 관통하는 시간의 양 끝은 궁사의 경계이다. 직진하는 화살은 착지하지 않으며, 목표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는 비상을 즐긴다. 궁사의 마음은 그러하다. 더보기
자연을 닮은 활터, 진해정 자연을 닮은 활터, 진해정. 번잡함은 모두 내려놓고 산을 본다. 활의 줌통에서 고자로 이어지는 선을 닮은 능선이 있고, 숲이 있다. 산 아래 밭으로 이어지는 경계에는 작은 바람에 흩날려 뿌리를 내린 한 그루 나무가 영역을 표시하듯 당당히 서 있고, 조금 공간을 두고 궁사들이 세운 터과녁 하나 있다. 왼쪽에는 바람을 보여주는 풍기가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다. 설자리. 화살을 메겨 불거름에 활을 걸친 궁사는 아무런 표정 없이 앞을 주시할 뿐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는다. 거궁하여 살을 당겨 활을 가득 열고는 한 호흡을 마치자 마자 멈춤 없이 뒷손이 뿌려진다. 앞마을과 뒷마을 사람이 모여 치른 제94주년 3.1절 기념 진해정 편사대회는 지난 94년전의 일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내일을 보고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