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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궁사, 활시위에 가을이 왔다

비학동에도 가을이 왔다. 학이 놀던 비학동에 가을이 깊숙하게 들어왔다. 햇볕은 아주 낮게 깔리고 풀과 나뭇잎은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며 궁사의 화살은 춤을 추듯 가을을 탄다. 풀벌레 소리 연신 들려오고, 나무가지 부딪치는 연음이 더해지니 가을인게 분명하다. 궁사의 시위에 화살이 연이어 매겨지고 가득 당겨 만개에 이르면 앞손은 슬며시 밀어내고, 뒷손은 연삽하게 빠진다. 부풀어 올라 탱탱해진 삼삼이가 망울 터지듯 열리면서 화살은 시위를 떠나 들꽃을 가로질러 가을을 지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