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리마을

가진회상-거문고

무대 왼편 끝에 있는 향냄새가 공연장에 가득했다. 산만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일조하는 듯 했다. 산사법당에 들어선 느낌처럼 익숙하다.

하얀 색의 배경을 뒤로 하고 항아리가 있는데 매화가 적당히 꽂혀 있다. 그리고 앞 가운데에 거문고, 오른 편에는 양금, 왼쪽에는 대금 연주자가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텅빈 공간. ‘가진회상’은 풍류음악의 정수라는 해설자의 안내멘트가 있었으며, 자연과 합일하면서 내면의 세계를 다스리는데 아주 좋은 음악이니 마음껏 감상하라고 한다.

깜깜한 밤, 소리가 들려오면서 조명이 서서히 밝아진다. 술대의 움직음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아울러 괘 위에서 상하좌우 익숙한 동선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소리를 생성하기 시작한다. 거문고 연주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생동감이 넘친다. 에너지가 생성되 듯 흥에 겨워 쉽게 몰입된다.

시선을 돌리니 대금 소리가 가깝게 들려오고 점점 더 커진다. 대금 연주자는 소리의 변동에 따라 몸 전체가 미동하듯 움직인다. 그러한 시각적 움직임은 보는이로 하여금 어깨를 들썩이게 하곤 한다.

거문고 괘 위에서 놀고 있는 연주자의 왼손은 술대의 움직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연하게 농현을 한다. 여음인 듯 하나 막상 귀를 기울이니 소리는 없는 것 같다. 귀로 듣는 소리는 없으나 몸으로 느끼는 소리는 잔잔하다. 술대는 주로 유현과 부딪친다. 양금은 다소곳한 표정으로 약간은 밋밋한 자세로 붓으로 점을 찍듯 선명한 소리를 낸다.

백악지장, 거문고. 간결하면서도 맹렬하게 움직이는 술대의 움직임은 괘 위에서 유연함으로 연결되어 객석으로 전달된다. 여백. 여유로움을 즐기는 공간이 아주 좋다. 술대와 괘, 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여백을 채우고 있다.

느린 장단으로 한참 놀다가는 괘를 넘나드는 움직임이 민첩해지면서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장단이 빨라진다. 소리에 파묻혀 꿈을 꾸듯 물이 적당히 흐르는 개울가 정자에서 흩날리는 매화 꽃잎에 시선을 주며 먼 산을 바라보듯 멍해진다. 그런 분위기였다.

농현은 거침없이 결정된 모습으로 괘를 빠르게 넘나들고 술대는 힘찬 방점을 찍 듯이 유현을 중심으로 성큼 성큼 움직인다. 지나온 세월이다. 소리의 흐름은 모든 사물에 익숙하도록 순응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간혹 무현을 치면서 생경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경계인 듯 흔치않다.

멈춤도 막힘도 없이 긴 호흡으로 흘렀다. 거친 호흡 몇 번 내쉬더니만 1시간이 흘렀다. 가진會上. 향은 소리에묻히고 소리는 온 몸을 파고 든다. 경계가 사라진다.



글원문 http://www.sky473.com/

'소리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창가곡  (0) 2009.06.17
[고전문학]가야산에서 가야금 뜯다가 신선되다  (0) 2009.05.07
산조, 첫 발을 내딛다  (0) 2009.03.01
[포토에세이]가야금, 진양조  (0) 2008.12.14
[팜플렛]국악공연-아쟁  (0) 200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