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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국궁, 활터에서 - [186], 시위를 풀 듯 흘리면서 바다를 담다


봄날, 얼었던 땅이 녹는 따스한 날에 남쪽 바닷가 활터에서 봄맞이 화살을 보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아지랑이와 함께 너울거리며 과녁에 이르고 궁사의 시선은 뻘에서 무엇인가를 캐내고 있는 아낙의 모습을 향한다. 봄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사람들이 바닷가로 몰려든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꼬챙이로 땅을 캐고 삽으로 뻘을 뒤집는다. 구멍난 뻘을 파면 드러내는 ‘속’이 바구니에 담겨지고 물은 바다로 나가고 있다. 남쪽 바닷가 풍경이 있는 활터에 있는 사물과 생물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연이다. 자연에 동화된 활터의 풍경은 마냥 여유롭다. 갯벌 너머에 있는 솔포에 세 번의 연전과 함께 겨우내 꽉 잡고 있던 많은 것을 시위를 풀 듯 흘리면서 바다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