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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풍경

천렵(川獵)

여름이 되면 또래끼리 모여서 마을회관에 있는 큼직한 천막을 들고 개울가에서 하루 이틀 천렵을 즐기던 기억이 있다. 음식은 각자 집에서 가져 오기도 하고 밭에서 직접 뜯거나 뽑아서 해결했다. 어떤때는 천렵하던 주변 밭에서 농작물을 서리하다 마을사람이 아닌 낯선 주인에게 들켜서 혼이 난적이 있는 것 같았다. 감자나 옥수수를 삶아 먹기도 하고 동무들 모두가 모여서 각양각색으로 물고기를 잡고 그렇게 놀았다. 그것이 어릴적 천렵이다.

천렵에서는 어죽이 별미다. 애들끼리 모였으니 딱히 제대로 된 음식은 구경하기 어렵웠고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아주 단순한 어죽이 만들어진다. 처음에 누가 가르켜주었을까? 물고기 배를 따고 손질하여 큼직한 솥단지에 넣고 마늘, 대파, 감자 등을 대충 썰어놓고는 장독대에서 퍼온 고추장을 한그릇 넣은채로 끓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장난치듯 불을 때면서 어죽을 끓이다가 간이 맛으면 소면을 집어넣는다. 그게 시골어죽이다.

엊그제 동해안에 있는 멋진 계곡에서 힐링하듯 어죽을 끓여 여럿이 즐겼다. 오랫동안 함께하던 동무들이 모여 지난 날을 추억하며 깔깔되고 참 재밌는 수다스런 시간을 보냈다. 많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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