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었다. 과녁 앞 넓은 바다가 뻘 바닥을 드러내고 아낙은 소쿠리를 옆에 두고 연신 뻘에다 호미질을 하며 무엇인가를 파낸다. 갯가재와 비슷한 쏙을 잡는 풍경이다. 여름 햇볕이 참 뜨겁다. 다행히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온다. 바닷가 가장자리를 거닐며 무엇인가를 찾는 피서객, 별 소득없이 낚시대 드리운 채 먼 곳 바라보는 낚시꾼. 넉넉한 가지가 잘 펴진 나무그늘 아래에서 고기 구워먹는 피서객. 초지 찾아 헤매는 흑염소 무리들. 봉긋한 봉우리 사이로 내려온 골진 곳에 서 있는 터과녁, 옆에 동관이 있다. 잘 어울린다. 맞은 편 설자리에는 선사들이 나란히 서 있다. 허리춤에서 꺼내진 화살들은 연신 시위에 메겨지고 꽃 망울 터지듯 슝슝 소리내며, 과녁을 향한다. 화살은 물이 들어오는 때와 맞춰 바람따라 움직이듯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간혹 바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옆으로 비켜서기도 한다. 공간. 자연이다. 흑염소가 움직인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과녁 앞에서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끔 살고가 높고 걸음이 느린 화살은 바람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한바탕 춤을 추듯 비틀 거리며 과녁에 이르지 못하기도 한다. 화살들. 더위. 현실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지형적 공간에 시간을 더한다. 여유로움. 중모리도 너무 빠르다.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바닷가 활터는 진양조로 움직인다. 서두름과 조급함이 전혀 없다. 잡음조차 없어 바람소리, 물소리가 크다. 너무 조용하다 싶을 때면 궁사들의 화살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마음 편안하다. 어느새 물이 들어와 과녁 앞을 가득 채웠다. 여유로움. 종순은 여유로움을 즐기다 바람에 마음을 빼앗겨 화살을 모두 잃었다. 잃어버린 화살, 유쾌하고 좋았다.[디지털 국궁신문]

Posted by 武士內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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