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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터에서

국궁, 활터에서 - [96], 과녁은 나보고 활터에 머물라 한다

줄어든 활터 회원수로 인해 활터에 회원이 없는 시간이 더 많은 거 같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뜨내기 낚시꾼들과 피서객들이 활터 옆 개울가에 모여들면서 활터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천장 구조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불어 오는 사대는 여름, 잠시 휴식하기에는 안성 맞춤이다. 더위를 피해 오는 뜨내기들이 사대의 용도가 무엇인지 앞에 있는 계훈석과 과녁이 왜 있는지 알 턱이 없다. 그냥 자기네 안방인양 사용하면 그만이다. 사회적 가치의 몰락이다.

퇴근길, 어김없이 활터에 갔다. 사대에 들어서니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눈에 보인다. 더운 열기와 함께 짜증스런 마음이 앞선다. 사대 옆 개울 건너 자갈로 이루어진 공터를 보았다. 쓰레기 천지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쓰레기는 모두 비닐 봉지에 담겨져 있다. 아니,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았으면 차에 실고 가서 버리면 될 것을 왜? 보기 좋게 놀고 간 자리에 흔적처럼 남긴다 말인가? 똥개도 아닌 것이 똥개 흉내를 낸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오늘, 이 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씁쓸하다. 소리치는 시대, 반성없는 나라, 꾸짖는 사람만 가득한 이상한 구조, 천박한 사회의 단면이다. 사대에 있는 쓰레기 청소를 한후 네순을 냈다. 흐르는 땀, 비상하는 화살들.

활내기를 마치고 무겁에서 마지막 화살 하나를 찾는데 10여분이 지났다. 무성해진 풀들, 숨겨진 나의 화살, 과녁은 나보고 활터에 머물라 한다.

무사내외@디지털 국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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