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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속소리


연두색과 진한초록이 마음마저 색깔을 칠한다. 녹색이다. 봄은 살짝 일어서는 듯한 연두색의 새싹이 많아서 좋다. 눈에 보이는 그 풍경처럼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속소리, 어렵다. 뜻도 그렇거니와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리는 귀로 들리는 것을 말하지만 앞에 붙인 글자 ‘속’은 눈에 보이는 표면이 아니라 물체의 안쪽 깊숙한 곳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즉, 속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속소리는 뭘까?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을악기로 표현을 한다. 그게 뭘까?

산조를 공부하면서 속소리를 피해갈 수 는 없다. 산조를 공부하다 보면 주로 농현을 하는 왼손으로 속소리를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대개 악보에서 보면 어느 특정 음을 선명하게 내는 음표가 아니라 오른손에 의해 생성된 음을 더 깊게 누르거나 흘리면서 내는 연속적인 곡선의 형태를 띄는 소리를 낸다. 그러한 기법을 쉽게 설명하려는 표현도 다양하다. 소리를 내리기도 하고 퍼 올리기도 하는데 그 정도를 두고 크고 작은 여러 국자가 이용되기도 한다.소리를 모양이나 크기로 표현하여 서로 소통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 눈에 익숙한 도구를 통해 소리의 크기와 생김새를 표현하는 방식은 현실적이면서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각설하고, 가야금 산조를 공부하는 학동에게 속소리는 ‘악공의 마음, 즉 감정을 표현하는 소리’로 규정한다. 마음을 소리로 형상화 하여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그 소리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공의 감정과 기분, 느낌, 그리고 연주하는 환경 등에 따라 ‘소리의 크기와 색깔’ 그리고 ‘유선의 곡률과 모서리의 각’ 등이 달라지는 매우 유동적이면서도 다양함을 갖고 있는 천의 소리라고 말하고 싶다.

오른 손으로 현을 튕기면서 내는 청명함과 왼손의 잔잔한 파동이 바람에 일렁이듯 흐르며 악공의 마음 깊은 곳에 들렀다 나오는 속소리가 시간을 차지하는 들숨과 날숨의 반복처럼 일련의 채워짐과 비워짐이 번갈아 하면서 긴 호흡과 총총걸음으로 유유히 길을 나선다. 진양은 호흡이 느려 여유가 많을 것 같지만 깊은 내공이 있어야 한 그 속을 알 수 있고 중모리는 적당한 걸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와 흥겨움이 있어 좋다.

먼 바다에서 오는 바람,봄옷 입고 줄지어서 있는 나무에 잠시 걸터 앉아 방향을 살피곤 사라진다. 지금은진양에서 멈추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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