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에서 풀벌레와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듣고 있던 심청가를 잠시 멈추고자 이어폰을 뺐다. 여러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다. 숲에 있는 나무와 풀과 바람이 엮어내는 소리들, 흉내 낼 수 없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준다. 숲속 한쪽에 황토가 드러난 곳에 나무처럼 서서 소리를 듣는다. 흔한 매미소리 마저 중모리 장단으로 들린다. 간혹 길을 가던 산인들의 숨소리와 이야기가 음을 더한다. 지금, 여름을 지나는 듯 아쉬움을 달래는 소리들의 향연이 숲 속을 가득 채우며 이어진다. 바람은 나뭇잎과 부딪치며 소리를 만들고 그림자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한다. 매미는 자진모리로 시간을 재촉하고, 초가을 바람은 느린 진양으로 다가와 휘모리로 몰아치며 사라진다. 숲속에 서 있는 나는 관객, 자연인이다. 빛과 그림자가 바람처럼 이리저리 오고 가며, 소리가 더해진다. 높아진 하늘을 보며, 여름내 찌든 더위를 잊고 있는데 나지막한 소리로 숲은 나에게 그 곳에 머물라 한다. 비스듬히 서 있는 나무 옆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산길을 화면에 담는다. 찰-칵.

자진모리로 산을 내려오니 황성궁궐에 간 심봉사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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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武士內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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