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었다. 사방한치 돌의 바닥을 깔끔하게 지웠다. 거친사포와 고운사포에 번갈아 미련없이 밀었다. 소멸이며, 비움이다. 사방한치에 새겼던 네글자를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니 결과물에 고민하던 생각도 함께 지워졌다. 미련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한걸음이라도 더 디뎌보려고 사포에 밀어 소멸시켰다. 이젠 다시 채울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이 오기전에 미련처럼 남아있는 생각들도 정리되고 결정해야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또 다른 그 것을 생성할 수 있다.
소멸과 생성은 반복이며,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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