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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풍경

칠암해녀

어정쩡한 아침에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은 시간에 칠암에 가면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고요함과 웅기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아침 해가 구의 경계에서 올라 포구의 등대보다 조금 더 높은 무릅 위치에 있을 무렵 서너명의 해녀가 차가운 바다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자맥질을 한다. 태왁과 망사리를 밀면서 물질할 곳을 찾아 움직이다 채취할 해물이 있을 만한 곳에서 갈고리 모양의 채조구를 손에 쥐고 거침없이 물속으로 잠수한다. 그런 자맥질을 반복한다. 간혹 잠수에서 물 밖으로 나오면 고개를 들고 '에~헤'라고 된소리를 낸다. 아마 힘든 호흡을 몰아 내쉬며 기운을 들이 마시는 듯 하다. 물질을 반복하는 시간은 아침 해의 높이를 점점 더 올리고 길게 누운 그림자를 세우면서 더 바쁘게 태왁과 망사리의 무게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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