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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마을

거문고가 있는 풍경, 권은영의 풍류 사랑방

 

뒤꼍 숲은 가을을 지나는 듯 바람이 일고,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대청마루. 상량문이 또렷하게 적힌 마룻대(上樑)가 있는 고즈넉한 마루에 여럿이 둘러앉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바람이 멈추니 술대가 선을 그리듯 힘차게 움직인다. 가객과 거문고의 시작으로 시간의 양끝을 오가며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그들의 감흥을 불러낸다. 짧은 거문고 산조 한바탕을 지나 아쟁과 거문고 그리고 춤사위가 곁들여지니 사람들은 평온하다. 새로움이다. 늘상 공연이라는 틀 안에 갇힌 모습을 접하다가 풍류방이라는 공간에서 스스로가 지나온 시간의 한 지점을 차지한 채 그 곳에 빠져들고 있다. 뭔가 생각할 겨를 조차없이 풍류방 분위기 쉽게 빠져든 청중들은 어꺠가 들썩이기도 하고, 가객의 소리에 시름을 잊고 마룻대를 쳐다보는 여유를 갖기고 하고, 시간의 공간을 연주하는 술대의 움직임에 맞춰 생각을 내려놓는다. 어색함은 익숙함으로 변하고 다급함은 평온함으로 답답함은 여유로움으로 전환된다. 풍류방,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그 곳을 나서는데 ‘음악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는 논어의 글귀가 귀에서 크게 맴돈다.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풍류방을 만든 그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尋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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