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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풍경

플라타나스꽃 키가 제법 큰 플라타나스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오늘에야 꽃이 보이더라. 날마다 오고 가는 길가에 서서 매년 꽃을 피웠는데 그동안은 왜 꽃을 보지 못했는지?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꽃을 쳐다보았다. 초록 색 잎에 둘러 쌓여 띄엄띄엄 피운 꽃이 예쁘기 그지없다. 꽃은 시간이다. 더보기
로그인 사릉천 모처럼 시골에 가서 개울길을 걸었다. 사릉천은 어릴 적의 다양한 기억을 담고 있는 개울이다. 평내동에서 발원하여 약 10킬로미터를 지나 왕숙천으로 흘러들어 한강으로 모아진다. 개울 이름과 지명으로 쓰이는 사능(사릉)은 조선 제6대 왕 단종비 정순왕후 송 씨의 능인 사릉에서 따온 것이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은 시간이 머물다 흘러간 세월의 흔적을 담아, 물 흐르듯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온다. 개울은 물이 머물다 흐르기를 반복하며 시간의 양끝이 담긴 세월을 만들고, 지난 시간은 개울가에 남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길을 걷다 사릉천 지킴이로 활동하는 초등학교 짝꿍을 만났다. 반가움이 넘친다. 개울은 물이 흘러야 머물던 시간을 담을 수 있다. 물이 멈추면 시간도 멈추고 기억도 지워진다. 사릉천은 나이를 더하듯 .. 더보기
숲에 머물다 산에 오르고 또 오른다. 내려올 줄 알면서 자주 오른다. 녹음 짙은 숲에 머물다 또 내려왔다. 더보기
Yesterday 봄비가 막 열린 꽃잎을 적시고, 턴테이블에선 비틀즈의 '예스터데이'가 시간을 되감고 있다. 그래서 시간은 양방향이다. 조금은 한가한 봄날 아침이다. 더보기
윤슬 먼 행성의 에너지가 빛이 되어 물과 만나 윤슬을 만들어 낸다. 갈매기가 여기 저기에서 아침을 보낸다. 더보기
시간을 얻고, 놀다 좋은 시간을 함께 간직한 멋진 분들과 원전뷰에서 음식과 차를 나누니 옛 기억 생각나고 웃음 절로 나온다. 에너지를 얻듯 시간은 흐르고 지금은, 놀기에 딱 맞는 좋은 날이다. 더보기
부산진성, 자성대 부산지역의 활쏘기 역사와 문화를 찾는 작업으로 부산진성을 찾았다. 부산진성은 원래 좌천동에 있었으나 임진왜란에 모두 파괴되어 현재의 위치에 있는 왜성을 활용하여 부산진지성(부산진성)을 세웠다. 1872년도 지방지도에는 부산진성내 장대로 자성대가 표기되어 있다. 자성대라는 명칭이 왜색이 짙다하여 2021년 국가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산진성으로 변경했다. 자성대는 모성과 자성을 구분짓는 일본식 성곽 구조체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재 부산진성의 장대는 진남대이며, 승가정이 세워져 있다. 승가정이 있는 진남대에 오르는 과정에 성벽이 있는데 왜성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자성대를 부산진성으로 변경했다는 기록물이 현장에 없어 약간 당황스러웠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변경과 정정, 수정 등의.. 더보기
금정산성 국청사 금정산성은 왜구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1701년 축조되었으며, 국내에서 가장 큰 산성이다. 풍광이 멋져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산의 명소이다. 금정산성의 북동쪽에는 요새와 같은 지형의 명당에 범어사가 있으며, 산성 남쪽에는 관아가 있었던 금정진이 위치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산성마을이다. 금정진의 동쪽에는 사정(射亭)이 있었고, 그 위쪽에는 국청사가 있었다. 또한 관아의 서쪽으로는 죽전마을(竹田洞)이 있었는데 시누대 재배와 화살을 만들었다. 아울러 산성마을의 동쪽에는 산성의 동문이 있는데 동문 밖의 마을 이름이 장전동(長箭洞)으로 장전(긴화살)을 생산하던 곳이다. 1872년 지방지도에 기록된 지명들이다. 범어사는 군막사찰로 승병을 훈련시킨 곳이며, 국청사에는 승병사령관이 거주하였던 곳이다... 더보기
칠암야구등대, 조업경쟁 바다라는 공간을 두고 낚시꾼과 갈매기가 상생을 한다. 이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상생'의 느낌이었다. 흔치 않은 광경이라 셔터를 연신 누르고 난 뒤에 촬영된 사진을 다시 보니 상생이라는 느낌은 지워지고 '협공'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낚시꾼과 갈매기가 물 밑에서 유유자적하는 물고기를 협공하는 풍경과 조업 경쟁하듯 동종업자 간의 상생하는 모습이 겹치는 아침이다. 일상이다. 더보기
동래사직단 1872년 지방지도를 보면 동래사직단은 동래부 서쪽 금용산(金湧山) 기슭 아래에 사직단(社稷壇)이 있었으나 일제강점기때 일본의 민족문화말살 정책에 의해 동래사직단이 파괴되었다. 사직단은 나라와 지역의 태평과 백성의 안녕을 위해 토지신인 ‘사’(社)와 곡식신인 ‘직’(稷) 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은 제단이다. 사직단에서 유래한 이름으로는 '사직동, 사직야구장, 전통활터 사직정, 사직역' 등 다양하며 옛날 아름다운 전통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작은 노력들이다. 2021년 동래사직단은 원래 위치에서 6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복원되었다. 지하철3호선 사직역에서 150미터 거리에 있다. 늦었지만 아주 잘된 일이다. 더보기
칠암붕장어 마을 간조다. 간조는 간수가 바다에서 빠져나가 해수면이 낮아진 상태를 말한다. 길게 늘어선 방죽과 테트라포트에는 수면이 꽉 찼던 흔적이 남아있다. 물이 빠져나가 맨살을 드러난 곳이 많아서 그런지 바다 내음이 온 몸을 휘감듯 진하게 들어온다. 파도는 미미하고 갈매기 오고 가며 끼~악 소리내며 존재를 과시한다. 해는 구름에 가려 고요함을 더하고 물위의 해초가 얇은 파도에 미동하며 마치 호숫가 풍경은 연상케한다. 고요하고 평온한 아침바다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너댓명의 해녀가 숨비소리 내며 물질을 하고 방죽 옆 너른 공터에서는 장작불 피우며 갓 건져온 미역을 펼치며 건조망에 연신 올린다. 젓갈을 담던 깡통에서는 몸을 녹이는 불길에 연기가 모락 모락 오르고 일을 하는 대여섯 명의 아낙들은 빠른 손 놀림으로 미역을 정리.. 더보기
칠암바다, 윤슬은 색을 입히고 방죽에 가까워지니 불냄새가 난다. 네모난 깡통에 장작을 세로로 얼키설키 넣어 불이 잘 붙게 했다. 불냄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칠암해녀의 물질이 있다. 방죽 한켠에 장작불을 놓는 일은 물에서 일하다 보면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함이다. 파도는 잔잔하다. 해는 허리춤에 올라왔고 햇빛은 넓게 비추고 그림자는 아직 누웠다. 방죽위에 올라 둘러보니 조용하다.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간혹 파도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시선을 돌린다. 잠깐의 적막함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헤~~~~엑' 이라 들리는 된소리이다. 물질하다 올라와서 크게 호흡하는 소리이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니 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머리와 몸은 이미 물속을 향하.. 더보기
칠암해녀 어정쩡한 아침에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은 시간에 칠암에 가면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고요함과 웅기의 에너지가 공존하는 아침 해가 구의 경계에서 올라 포구의 등대보다 조금 더 높은 무릅 위치에 있을 무렵 서너명의 해녀가 차가운 바다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자맥질을 한다. 태왁과 망사리를 밀면서 물질할 곳을 찾아 움직이다 채취할 해물이 있을 만한 곳에서 갈고리 모양의 채조구를 손에 쥐고 거침없이 물속으로 잠수한다. 그런 자맥질을 반복한다. 간혹 잠수에서 물 밖으로 나오면 고개를 들고 '에~헤'라고 된소리를 낸다. 아마 힘든 호흡을 몰아 내쉬며 기운을 들이 마시는 듯 하다. 물질을 반복하는 시간은 아침 해의 높이를 점점 더 올리고 길게 누운 그림자를 세우면서 더 바쁘게 태왁과 망사리의 무게를 더한다. 더보기
충렬사지 忠烈祠志-순절도 충렬사지에 있는 부산진순절도와 동래부순절도 서문을 읽고 나서 한 동안 멍했다. 당시의 일들이 너무 생생하기도 하고 절망적이어서 가슴이 먹먹했다. 동래부순절도는1592년 4월 15일 벌어진 부산진성과 동래성 전투의 항전 상황을 그린 기록화이다. 1709년(숙종35)에 그린 그림이 낡고 훼손되어 1760년(영조36) 동래부 무임 화가였던 변박이 다시 그렸다. 이 그림은 백성들에게 임진왜란의 교훈을 심어줌으로써 충절을 일깨우고 다시는 국난이 닥치더라도 선조들의 정신을 본받아 국가에 충정하게 하고자 한 목적에서 제작되었다. 당시 상황의 참혹함은 1740년 작성된 동래부지의 제영잡저 편에 실린 이안눌 부사의 시문(동틀 무렵 집집마다 들려오는 곡소리 平明家家哭)에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더보기
말똥성게, 칠암해녀 물질... 말똥성게, 기장 칠암해녀 물질... 아침에 자주 들러 풍경을 담는 곳에서 물질하는 해녀를 만났다. 두명은 이미 자맥을 반복하는 물질을 하고 있고 두명은 이제 뭍에서 물에 들어가려고 준비중이다. 한명은 수경에 낀 성에를 닦아내고 있고 옆에 분은 납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아침 기온이 영하1도에 바람이 차가워 물질을 앞둔 분에게 '물에 들어가면 안추우세요?'라고 물었더니 '왜 안춥겠어요, 밖에서도 추운데, 많이 추워요'라며 시선을 바다에 두었다. 이날 뭍의 온도는 영하의 기온이고 바닷물은 15도 정도 된다. 그리고 차가운 칼 바람이 더해지니 물에 들어가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이다. 우문이다. 한마디 더 여쭈었다. 물에서 잡는게 뭐냐고 물었더니 '말똥성게'라고 한다. 일반성게와 다르다고 한다. 물질 준비를 마.. 더보기
존재의 경계 고요함을 곁에 담아 두고 싶어 루틴에서 벗어나 좀더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머릿속 풍경이 나타났다. 붉은 색 에너지를 품은채 하늘을 향하는 아침기운이 나를 향해 다가오듯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하늘과 바다와 내가 서 있는 곳의 물질적 존재와 의식의 존재 사이에 있는 경계를 지웠다. 그 경계에서 잠시 머물다 일상의 루틴으로 돌아왔다. 더보기
사릉천 사릉천은 왕숙천 11개 지류 중 한곳이며, 남양주 평내에서 발원하여 진건 신월리에서 왕숙천과 합류하여 한강에 이르고 황해에 닿는다. 마을 앞 개울인 사릉천은 어릴 적 많은 기억을 담고 있으며, 물은 흘러도 기억은 저장되어 뚝방길에 갈 때면 하나씩 프레임으로 다시 흐른다. 해질 무렵 사릉천이 왕숙천과 합류하는 곳에서 길을 멈췄다. 더보기
일상 일상 조용히 일렁이는 바람에 잎이 떨어지는구나 앞산은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길가는 낙옆이 쌓이니 사람들은 가울을 곁에 두고 겨울로 향한다 더보기
바다가 하늘을 덮다 팔레트에 담아둔 바다가 가을 햇살에 힘입어 하늘에 스며들고 하늘에 있던 구름은 아래로 내려와 건물 외벽을 칠했다. 온통 맑은 파란색이다. 바다가 모두를 덮었다. 지금, 바다를 보는 내 마음도 그러하다. 더보기
가울과 겨울사이 어느 쯤 바닥에 놓인 낙엽을 주워 들고 사무실에 들어와 폰으로 확대 촬영하여 본다. 사물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시간은 늘 여유롭고 평온함이 가득하다. 낙엽은 가을과 겨울의 어느 쯤인지를 우리들에게 알려준다. 더보기